여권실세들이 연루된 벤처 게이트의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막내 동생인 이성호(李聖鎬ㆍ71ㆍ평화관광 대표)씨가 부실 벤처기업의 투자유치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이성호씨는 2000년 8월11일 손바닥무늬(장문ㆍ掌紋) 인식 보안시스템 개발업체인 ㈜핸디콤 코리아(대표 송봉섭ㆍ宋奉燮)의 판매 계열사인 ㈜핸디텍 코리아(대표 차중덕ㆍ車重德)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낭독하는 등 간접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식에는 당시 김윤기(金允起) 건설교통부장관을 비롯한 여당 실세들이 대거 참석해 이씨의 영향력을 과시했고 핸디컴 코리아측은 행사 직후인 같은 해 11~12월에만 219명의 투자자들로부터 9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밝혀져 이씨가 여권 실세들을 이용해 투자 유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초청자 200여명에는 군 장성,도지사,대법관,대기업 회장 및 사장,대학총장,공기업 사장,변호사 등 사회 유력인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핸디콤 코리아측은 행사 직후인 같은 해 11~12월에만 219명의 투자자들로부터 9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듬해 2월께 대한항공에 1억5,000만원 상당의 장문인식 보안시스템 30여대를 공급했고,상당수 대형 건설업체에도 1~2대씩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이 회사가 무명벤처인 점을 감안할 때 유력인사의 영향력이 동원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씨는 28일 해명서를토해 "차씨는 평소 알고 지낸 후배로 사업시작을 도와달라고 해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했을 뿐"이라며 "회사운영에 일체 간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또 "민주당 의원과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차씨가 개인적 친분관계로 초청했다"며 "김 장관도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학교(경복고)선배인 이씨가 축사를 해 준 것은 순수한 후배사랑 때문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이씨 연루의혹을 부인했다.미국에 체류주인 차씨는 이날 청와대에 보낸 해명서에서 "초청자 중 일부 정치인은 국민학교 후배 등 개인적으로 몇 십년간 우의를 나눠온 관계"라며 "화한을 보낸 이한동 총리와는 중·고교 선후배,당시 김 장관과는 대학 선·후배 사이"라고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의 사실 여부는 송씨의 중국 도피로 인해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다.
핸디콤 코리아는 매출실적을 허위로 작성해 반포세무서로부터 고발조치를 당했으며 안모씨 등 투자자들은 서울 지검과 이 회사 소재지의 서울 방배경찰서에 송봉섭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송씨는 지난해 11월7일로 예정된 방배경찰서 출두일 닷새전에 중국으로 도피했다.
핸디콤코리아의 전 협력업체인 P사의 최모(41)사장은 "송씨가 친지의 돈 수십억원을 끌어 쓴 뒤 부도를 내면서도 2000년에는 쓰레기 매립장의 공해방지 시스템 개발사업을 시도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한편 차씨는 핸디콤 코리아의 장문인식 제품은 자체 개발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확인돼 판매사인 핸디텍을 폐업시켰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핸디콤은 어떤회사
(주)핸디콤코리아는 손의 두께,모양,길이,손바닥무늬 등을 인식해 구별하는 생체인식시스템을 개발한 벤처기업으로 송봉섭(42)씨가 1989년에 설립했다.설립 당시에는 (주)갑경이라느 사명을 사용했으나 2000년에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면서 이름을 바꿨다.이 업체는 2000년 8월에 핸디템코리아라는 판매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핸디텍코리아의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처남인 이성호씨의 고교 후배 차중덕씨가 맡았다.관련업계에 따르며 이 업체는 자본금이 29억5,000만원이며 2000년에 55억원,지나해 35억원의 매출실적을 허위로 작성했다가 지난해 5월 서울 반포세무서에 의해 거래실적 조작으로 고발당했다.
이후 송씨는 지난해 중국으로 도피했으며 제이슨이라는 이름의 미국 시민권자인 차씨도 미국으로 건너가 핸디콤코리아 및 핸디텍코리아는 사실상 업무가 중지된 상태다.
■이성호씨는 누구
이성호(李聖鎬ㆍ71)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남으로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막내 동생이다.
이씨는 1980년대 중반까지 미 워싱턴에서 유라시아 여행사를 운영하며 돈을 번 뒤 귀국, 서울에서 ‘평화여행사’를 차렸다.
김태랑(金太郞) 전 의원과 함께 여행사를 운영하며 민주당의 전신인 평민당의 지방 행사나 평민당 의원들의 해외 여행 등을 주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과 두루 교분을 쌓았고 특히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과는 돈독한 사이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는 현재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아펙스 평화관광 회장을 맡아 한 달에 한번정도 얼굴을 내밀고 있으며 회사 업무는 주로 사장 겸 영업부장인 김모(41)씨가 챙기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