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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8)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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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8)아일랜드

입력
200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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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무너뜨린 초록 전사.’ 2002 한일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아일랜드가 보여준 활약상을 요약한 말이다.반면 지난 해 본선 조 추첨 직전 밀루티노비치 중국감독으로부터 “중국의 16강진출은 기술이 떨어지는 유럽의 ‘2류 팀’ 아일랜드와 한 조가 되면 가능하다”는 혹평을 들은 팀이 또한 아일랜드다.

그렇다면 아일랜드의 전력의 실체는 어떤 것일까. 아일랜드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2조에 편성됐다.98년프랑스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아일랜드는 그러나 네덜란드를 탈락시키고 조 2위에 올랐다. 월드컵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네덜란드의 탈락은 유럽예선 최대의 이변이었다.

아일랜드의 지역예선 성적은 7승3무 무패. 아일랜드는 포르투갈과는 2무로 자웅을 가리지 못했지만 네덜란드에 1승1무로 우위를 보였다. 포르투갈에 골 득실에서 뒤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아시아 3위 이란과의 플레이오프서 승리, 8년만에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아일랜드 축구는 짠물축구로 정평이 높다. 플레이오프를 포함 12경기에서 단6점만 실점했다. 한 경기 실점률은 0.5골. 8강까지 올라갔던 90년 이탈리아대회와 16강에 진출했던 94년 미국대회에서 펼친 총 9경기에서는 평균 0.78골만 허용했다.

4_4_2 전형의 아일랜드 4백은 그야말로 철벽이다. 본선진출의 최대 갈림길이었던 예선 9차전에서 한명이 퇴장 당한악조건 속에서도 철벽수비로 네덜란드의 총공세를 막아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비진의 조직력은 완벽한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아일랜드를 수비형 축구에 의존하는 나라로 보면 안된다.

아일랜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강의 미드필더진을 보유하고 있다. 로이 킨(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매튜 홀랜드(28ㆍ입스위치타운) 마크 킨셀라(30ㆍ찰턴)는 모두 세계 최고 프로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이 킨은 아일랜드 전력의 핵심이다.

수비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일랜드의 공격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1998년16세 이하 유럽선수권 우승 멤버였던 로비 킨(22ㆍ리즈 유나이티드)은 상대 문전을 자유롭게 휘저을 수 있는 공격수이다.

로비 킨과 함께1998년 16세 이하 유럽청소년선수권 우승, 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21세 이하) 3위를 이끈 주역 데미언 도프(23ㆍ블랙번)는 환상적인 드리블링으로공격활로를 개척한다. ‘아일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으로불리는 수비수 이안 하트(25ㆍ리즈 유나이티드)는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조준한다.

득점루트도 다양하다. 팀의 기둥 로이 킨은 지역예선에서 팀내 최다인 4골을 기록했고홀랜드와 하트가 3골씩을 넣었다.

아일랜드의 최대 강점인 수비가 본선무대에서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풀백으로 평가 받는 스티븐 카(26ㆍ토턴 햄)가 부상으로 제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백업요원이 충분하지 않아 주전의부상 또는 경고누적이 발생하면 전력누수가 매우 크다는 것도 약점이다.

한국에서 축구기자로 활동하는 아일랜드 출신 오은 스위니 코리아타임즈 기자는 “전통초록 유니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이 우리 나라의 최대 강점”이라며 “아일랜드의 16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매카시 아일랜드 대표팀 감독

“나는 믹을 사랑한다.” ‘빅 잭’ ‘세인트 잭’으로 불리며 아일랜드인의 큰 존경을 받는 잉글랜드 출신 잭 찰튼 감독은 최근 아일랜드 축구협회 행사에 참석해 제자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믹 매카시(43) 감독은 10년간 아일랜드 축구의 도약을 이끈 찰튼 감독의 후계자이다. 아일랜드의 월드컵 데뷔 무대였던90년 이탈리아월드컵 8강 신화 때 중앙수비수였고 주장이었다.

매카시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태어났다. 액센트가 강하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서부지역에서자란 탓에 발음은 아일랜드인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선수시절부터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리더십이 남달라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96년 2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카시 감독은 스승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았다. 반신반의 속에서 출범한 매카시 감독은 곧 시련에 부딪친다. 96년 3월 러시아전에서 0_2로 패하면서 출발부터 삐끗했다. 4경기동안 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7경기만에 간신히 첫 승을 올렸다. 98월드컵과 2000유럽선수권 플레이오프에서의 탈락은 30대 젊은 감독에게는 견디기힘든 시련이었다.

그러나 매카시 감독은 2002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을 통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네덜란드를 예선 탈락시키는 등 지역예선을 거치면서 1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매카시 감독은 오히려 예선에서의 선전을 경계했다. 그는“지역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그뿐”이라며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리미어리그 뉴캐슬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은 매카시 감독은 최근 2004년까지 대표팀을맡기로 연장 계약했다. 스승 찰튼 감독이 아일랜드 축구의 초석을 닦았다면 제자 매카시 감독은 반석 위의 집을 짓는 일을 맡게 됐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잉글랜드 증오…선수들은 잉글랜드서 활약'아이러니'

영국 진압군에 잡혀간 아일랜드계가 억울한 누명을 벗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비롯해 ‘복서’ ‘크라잉 게임’ ‘마이클 콜린스’ 등….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의 통일을 목적으로 1919년 설립된 무장 독립 단체인 아일랜드 공화국군(IRA)과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사는 세계 영화의 마르지 않는 소재 중 하나였다.

700년 이상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다가 1922년 독립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영국에 대한 증오심은 뿌리가 깊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관계는 간혹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비되기도 한다. 아일랜드인들은 늘 잉글랜드와 맞붙는 나라를 응원하고 모든 분야에서 영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축구만큼은 축구종주국에 몸을 맡긴다.

아일랜드 프로리그 수준은 한국 K리그 수준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다. 유망 선수들이너나 할 것 없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예선에 출전한 아일랜드 선수 중 30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22명)와 퍼스트디비전(8명) 소속. 자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 ‘본토’로 향하는 게 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주말 일정이다.

아일랜드 축구를 일으켜 세운 주인공 역시 잉글랜드의 축구영웅 잭 찰튼이었다.그는 1986년 아일랜드 사령탑에 올라 10년간 자리를 지키며 아일랜드 축구의 도약을 이끌어낸 공로로 지금은 아일랜드인이 가장 좋아하는 잉글랜드인이됐다. 현 대표팀 감독인 믹 매카시(43)는 찰튼 감독의 수제자로 90년 월드컵 8강 진출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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