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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하룻밤의 파계…태어난 딸도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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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하룻밤의 파계…태어난 딸도 출가

입력
200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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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고무신2대 독자 아들이 딸 하나 낳고서 출가해 버렸다.

소식 두절인 채 몇 년이 흐른뒤 아들을 만나게 된 노모는 제발 집안의 대를 이으라고 눈물로 호소한다.

이미 선승으로 법명을 날리던 아들은 고민 끝에 오래 전 버린 아내의 방을찾아 하룻밤 파계를 결행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딸도 훗날 스님이 된다.

한국 현대불교의 대표적 고승인 청담 스님의 딸이자 성철 스님의 제자인 묘엄 스님은그렇게 태어나 열네 살에 출가했다.

일제시대, 그의 어머니가 딸이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도록 청담 스님이 있던 절로 피신시킨 것이 출가로 이어졌다.

올해로 고희를 맞은 묘엄 스님은 국내 최초의 비구니 법사로 1952년부터 동학사, 운문사에서 비구니 강원을 이끌었고 지금은 경기 수원의 봉녕사주지 겸 승가대학장으로 있는 비구니계의 큰 스승이다.

‘회색 고무신’은 ‘고승열전’ 시리즈의 작가 윤청광(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씨가 쓴 묘엄 스님 행장기다.

김용환 부산대 철학과교수가 이모인 묘엄 스님의 구술을 받아 정리한 것을 소설로 엮었다.

책은 묘엄 스님의 출생부터 출가와 수행,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남다른 사연을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전한다.

속인들이 잘 모르는 절간 생활의 면모, 그 가운데 언뜻 비치는 사람살이의 푸근한 냄새, 깨달음을 향한 치열한 구도행 등이 담담한필치로 그려진다.

이 책은 또한 한국 현대 불교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비구니 강원의 성립과 전개과정뿐 아니라 청담, 성철 스님 등이 주도한 대승사ㆍ봉암사 결사, 불교 정화 운동 등 현대 불교의 주요한 흐름을 묘엄 스님의 증언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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