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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파도에 실려온 溫氣로 어느새 파랗고 노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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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파도에 실려온 溫氣로 어느새 파랗고 노랗고

입력
200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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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바람을 따라 오는가. 아니, 파도를 타고 온다. 따스한 태평양의 봄 물살을 가장 먼저 맞는 곳.제주에는 벌써 봄소리가 요란하다. 제주 중에서도 봄치장을 서두르는 곳은 동부 해안이다. 파도에 실려 온 훈훈한 온기에 땅은 이미 봄빛으로 모습을 바꿨다.

섭지코지(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는 봄을 떠내는 주걱 같다. 생김새부터 그렇다. ‘섭지’는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이며 ‘코지’는곶(串)의 제주 방언이다.

바다로 툭 불거진 땅이다. 가느다란 해안이 바다로 드리워지다가 둥글게 땅이 퍼진다. 막불기 시작한 풍선처럼 생겼다.

둥글 넙적한 주걱 안에는 따뜻한 봄이 담겨 있다. 야트막한 언덕은 새로 돋는 풀의 선명한 초록빛으로 빛나고 곳곳에 가꿔진 유채밭은 노란 꽃으로 뒤덮였다. 딴 세상에 온 느낌이다.

곶의 끝에는 말을 타는 곳이 있다. 말 위에 올라 배구장만한 유채밭을 돈다.한 번 타는 데 5,000원.

잘 훈련된 말들은 초보자는 물론 아이들을 태우고도 제법 속도를 내며 유채밭을 뛴다. 말 위에 올라 노란 봄을 내려다보는 기분. 마음도 봄이 된다.

초지와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진 섭지코지는 이국적인 풍광이다. 그런데 낯설지 않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눈에 익은 탓이다.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등 영화는 물론 ‘여명의 눈동자’ ‘신데렐라’ 등 숱한 드라마가 이 곳에서 촬영됐다.

‘신데렐라’의 두 주인공인 이승연과 황신혜가 아름다운 언덕에서 바람을 맞는 장면. 바로 제주의 섭지코지이다.

섭지코지의 으뜸 풍광은 언덕에 서서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는 것. 손에 잡힐 듯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일출봉의 일출은 물론 봄맞이의 대명사가 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일출봉 주위의 유채밭은 벌써 1라운드를 치뤘다. 한쪽은 꽃이 지고 있고 한쪽은 새로 핀다.

지금의 유채꽃은 철에 맞는 꽃이 아니다. 봄을 부르기 위해 인근 농부들이 일찍씨를 뿌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봄을 몰고 온 값을 받으려고 ‘사진촬영 1,000원’이라고 붙여 놓았었다.

조금 야박하다고 생각했는지 올해에는 작전을 바꿨다. 사진촬영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커피나 음료수를 판다.

커피믹스를 뜨거운 물에 넣은 ‘다방 커피’가 1,000원이다. 조금 비싼가.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노란 봄밭에서 한참을 까르르 웃다가 홀짝거리는 따스한 커피. 봄을 마시는 느낌이다.

이제 3월 초면 제주도의 진짜 유채꽃이 핀다. 드문드문이 아니라 해안선을 빙돌아 온통 노란 꽃밭이 된다. 4월에 들면 꽃이 한라산을 탄다. 완만한 한라산의 둔덕을 포위하고 온도계처럼 천천히 봄빛이 오른다.

제주의 봄빛 파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세화해변이다. 세화는 제주 동쪽의 작은 항구이다.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도로가 바닷가를 따라 펼쳐져 있다.

성산에서 제주로 향하는 12번 국도를 타다 보면 종달리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해안도로 표지가 있다. 12㎞로 꽤 길다. 차창을 통해 파도의 포말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길은 바다와 가깝다.

세화항이 압권이다. 검은 방파제 끝에 하얀 등대가 서 있고 등대 앞으로 파도가 넘실대며 밀려온다. 멀리 보이는 파도는 진한 색이었다가 가깝게 다가서면서 서서히 엷어진다.

바닥의 모래가 워낙 흰빛이어서 그런지 물은 일부러 색깔을 풀어놓은 것보다 더 파랗다. 물빛만 바라보고 있으면 열대의 산호해변에선 느낌이다.

멀리 소가 누운 것처럼 보이는 우도, 인근의 문주란 자생지는 봄해변의 부록이다.

바닷바람에 지치면 내륙으로 든다. 제주의 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을 타는 곳은 비자림(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이다.

비자나무는 상록수이다. 줄기는 활엽수의 그것처럼 치렁치렁한데 잎은 뾰족하다. 주목과에 속한다.

제주의 비자림에는 300~800년 된 비자나무가 무려 2,800여 그루나 밀집해 있다. 산 하나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란잎 아래에 파란 이끼가 자란다. 열대의 밀림을 방불케한다. 숲 속으로 산책로를 냈다.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이 서로에게 쓰러질 듯 기대고 숲길을 걷는다.

군데군데 벤치가 있다. 마냥 앉아있고 싶다. 숲의 내음에 취해 문득 떠오르는 생각. ‘여기에는 애당초 겨울이 오지 않았어.’

제주=권오현기자

koh@hk.co.kr

■제주도 3월중에 가면 싸요

‘가고는 싶은데 비용이….’ 제주도 여행의 걱정이다. 물론 결혼시즌이나 휴가철등 성수기에는 비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기간에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주여행을 할 수 있다.

특히 봄방학이 끝나는 3월 3일부터 결혼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3월말까지는 알뜰 제주여행의 적기이다.

각 여행사들이 빈 시설을 놀리기보다는 싼 가격으로 손님을 끌려 하기 때문이다. 알뜰상품을 알아본다.

항공권 무료제공 서비스가 눈에 띈다. 제주 정식항공권 가격은 왕복(서울 기준) 16만원. 엄청난 부담이다.

제주동양렌트카(064-711-8288)는 2인 여행시1인 왕복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출발일은 월, 화, 수, 목, 토요일이며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해 54시간을 제주에 머물수 있다. 렌터카도 35% 할인해준다.

항공, 숙소, 렌터카를 포함해 1인당 12만 원대(4인 1실 기준)의 상품도 있다. 항공료보다도 싸다.

매주 수요일 출발할 경우 왕복항공권과 펜션 2박, 중형 승용차가 제공된다. 제주 전문여행사인 대장정투어(02-3481-4242)에서 판매한다.

제주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색숙소(펜션)와 렌터카 24시간을 이용하는데 7만 5,000원을 받는 상품도 인기.

바다와 가까운 한라펜션에서 1박하고, 중형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다. 월간 제주(www.jtg.co.kr)에서 취급한다.

단체여행일 경우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왕복항공권, 숙소2박, 전일정 관광이 포함된 상품이 1인당 14만5,000원이다. 운전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장점. 제주 하나로투어(064-748-5665)에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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