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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라이프 / "결혼식 낮에만 하란 법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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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라이프 / "결혼식 낮에만 하란 법 있나요"

입력
200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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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저녁 5~7시 예식 늘어 여유있는 진행ㆍ비용도 유리‘어둠이 깔린 낭만적 분위기, 그리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느긋함….’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과 편리함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이 결혼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혼잡한 낮 시간을 피해 저녁 결혼식을 택하는 예비 신랑 신부들이 늘면서 ‘결혼식=해가 떠 있을 때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

저녁 결혼식은 여유있게 예식을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눈 앞에 성큼 다가온 결혼 시즌, 턱시도와 웨딩 드레스를 입을 계획을 세운 예비 신랑 신부라면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저녁 결혼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늘어나는 저녁 결혼식

국내에 전무하다시피하던 저녁결혼식이 늘어난 계기는 1999년 특 1급 호텔의 결혼식 허용.

호텔 예식을 금지해 온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자 전국의 특 1급 호텔들이 앞다투어 ‘이브닝 웨딩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 상품은 오후 5~7시 사이의 2시간 동안 여유있게 결혼식을 치르고 호텔룸에서 1박을 한 후 다음 날 해외 신혼 여행까지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다.

전국혼인예식업연합회의 김선진 사무국장은 “저녁 결혼식은 연 33만여 건의 결혼식 중에서 10% 미만으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호텔이 집중돼 있는 서울 지역은 30%를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서울 역삼동 노보텔앰배서더의 김정현 예식담당 지배인은 “2월 한달간 스케줄이 잡힌 25건의 결혼식 중에서 11건이 저녁 결혼식”이라면서 “호텔에서 저녁 결혼식을 하면 식이 끝난 후 곧바로 호텔 스위트룸에서 숙박하기가 용이하다는 점 등으로 호텔의 저녁 결혼식 의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여유 그리고 예식비 절감

저녁 결혼식은 여유가 있어 하객과 신랑ㆍ신부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주말 낮 시간에 있는 결혼식은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연달아 진행되기 때문에 신랑 신부는 쫓기는 기분이 들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저녁 결혼식은 예식 시간이 2시간이 원칙이며 식장측과 협의에 따라 예정 시간을 넘길 수도 있다.

낮 시간 결혼식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호텔과 일반 예식장 입장에선 어차피 비어있게 마련인 예식장을 활용하기위해 할인을 해서라도 신혼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호텔 업계는 공식적으론 할인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음식값의 10% 가량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에 비해 저녁 결혼식 여건이 떨어지는 일반 예식장은 주중 저녁 결혼식을 하면 최고 40%까지 예식비를 할인해주고 있다.

신부 화장은 조금 진하게

저녁 결혼식을 하고 싶다면 예식장을 먼저 찾아야 한다. 요즘에는 웨딩컨설팅업체에 의뢰하면 예식장은 물론이고 결혼에 필요한 사항을 일괄적으로 해결해준다.

저녁 결혼식은 첫 날 밤을 국내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 해외 여행지에 도착하면 낯선 풍경 등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무르익는 낮 결혼식과 차이가 있다.

저녁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는 예약된 룸에 들기 전에 바에서 칵테일 한잔을 나누는 것이 좋다. 저녁 결혼식의 특성상 신부 아이새도우에 흑백의 대비를 넣는 등 신부 화장을 조금 진하게 해도 무방하다.

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여서 흰색보다는 색깔이 들어가는 것을 골라도 어울리며 웨딩 드레스에 실버톤이나 번쩍이는 필을 넣기도 한다.

지방에 연고를 둔 신랑 신부가 서울에서 야간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어렵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 하객을 야간에 지방으로 수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 있는 신랑 신부들은 지방에서 낮 시간에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에서 다시 저녁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정보의 이영범 이사는 “결혼의 ‘혼(婚)’의 어원이 ‘해질무렵(昏)’에서 유래했을 만큼 동양권에선 예로부터 저녁 결혼식 전통이 있었다”면서 “젊은이들의 합리적 사고방식과 맞아 떨어지는 저녁 결혼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mjlee@hk.co.kr

이민주기자

■송호재ㆍ조경애 커플 "하객들 주말휴식 안뺏어도 되죠"

“신랑 송호재 군은 신부 조경애 양을 평생 사랑하고 항상 남편된 도리를 다할 것을 서약합니까?”

21일 저녁 6시께 서울 역삼동 노보텔앰베서더 호텔 2층 예식홀. 송호재(30ㆍ이스텔시스템즈 연구원)ㆍ조경애(28ㆍ부천 심원고 교사) 커플의 결혼식이 박선원 목사(서울 신반포교회 담임목사)의 주례로 진행됐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 차림의 신랑, 그리고 촛불이 켜진 원형 테이블마다 빼곡히 들어찬 하객들, 간간이 터지는 박수와 웃음소리….

여느 결혼식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혼잡한 주말 낮을 피해 평일 느즈막한 시간에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예식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유있는 진행과 격의없는 분위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양가 희망에 따라 예배식으로 진행된 이 날 결혼식은 5시 정각에 시작해 6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하객들은 업무를 끝내고 참석한 때문인지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고 예식을 내내 지켜봤다.

이들 커플은 중학생 시절에 교회에서 처음 만나 “오빠”“동생”하며 지내다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지난해 말 송씨가 인터넷상에서 메신저로 “우리 같이사는 게 어때?”하고 청혼 쪽지를 보내자 조씨가 “OK”라고 답장을 보내 결혼에 합의했다.

이들은 결혼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닥쳤다.

“지금까지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주말에 쉬는 시간을 뺏기는 기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저와 알고 지내는 분들이 마지못해 참석해 눈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찾아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평일 저녁으로 예식 시간을 잡았답니다.”(송호재)

이들은 예식 1시간 전에 호텔에 도착해 신방으로 사용할 룸을 체크인 하고 지배인과 예식 진행 요령을 최종 점검했다.

결혼식이 끝나자 자리를 옮기지 않고 바로 예식장에서 피로연이 열렸다. 하객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 신랑 신부는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인사했다.

저녁 결혼식이라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뒤풀이는 결혼 전 날에 치렀다.

이들은 호텔 결혼식이 따지고 보면 과소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예식 비용은 양가에서 각각 500만원씩 부담했어요. 일반 예식장 결혼비용인 700만~800만원보다는 많지만 호텔측이 결혼식에 관한 모든 사항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호텔식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피로연 음식값과 꽃장식 비용을 제외한 폐백실 이용료, 신부 마사지, 호텔룸 이용료 등이 무료입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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