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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당·대학의 요구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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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당·대학의 요구 타당하다

입력
200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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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과 대학이 농성 중인 노조 집행부에 퇴거를 요청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명동성당은 1994년 이후 몇 차례 농성자들에게 철수를 요청한 바 있으므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성당의 거듭되는 요청은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찾기 위한 시도로 눈여겨볼 만하다.

인권유린이 자행되던 군사정부 시절부터 우리성당은 정부나 실정법에 저항하는 인사들이 찾아가 보호받을 수 있는 최후의 성역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은 25일 구내에서 농성중인 철도ㆍ발전ㆍ가스노조 집행부에 “수배자가 아닌 노조의 이해와 요구를 위한 파업농성을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노조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협상하고 투쟁해야 하고 협상과 투쟁의 장소는 노조의 사업장이라야 한다”며 퇴거를 정식 요구했다.

건국대도 “외부단체의 불법집회로 학문연구와 진리탐구를 위해 건전한 대학문화 창달을 담당할 대학의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며승인하지 않은 단체의 행사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동성당은 ‘수배자’와 그렇지 않은 노조원을 구별함으로써, 성당이 변함없이 세속적 권력에 쫓기는 이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전통적 성역임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성당의 이번 처사가야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당과 대학의 입장 표명이 농성 첫날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총파업에 대한 하나의 여론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성당과 대학이 종래의 ‘장기농성 장소’에서 벗어나 신앙과 학문이라는 본래의 영역에 충실하고자 하는 충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저마다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성당과 대학의 노동자 철수 요구가 공권력 투입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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