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에 대한 비평’이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문예계간지 봄호들에는 문단의 ‘현장비평’을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실려 주목된다.평론가 오양호(60) 인천대교수는 계간 ‘21세기문학’에 발표한 ‘오늘의 문학비평 형태와 비평가의 직무 성찰’이라는 글에서 “오늘날 문학비평은 상업주의적 가치에 의한 비평 행태로 나타나, 보편적 가치를 수색하는 문학 관리의 기능을 거의 망각했다”면서 “부패한 문학비평, 권위의 방패 뒤에 숨은 출판상업주의 비평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설 ‘동정없는 세상’과 ‘바이올렛’을 예로 들며 이들 작품에 비평가가 아닌 작가의 평이 실린 데 대해 “‘인기 문인’을 작가가 아닌 비평가로 업종 변경해서 현장에 투입시키는 행위”라며 “검증되지 않은 인상적 독자 소감이 가치 평가로 도구화된 형태”라고 말했다.
또 이들 소설에 실린 작품 해설 등 비평가의 글에 대해서도 “이미 제도적으로 비평 권력에 진입한 존재가 지위 확보를 더욱 다지는 고용된 지식인의 기능적 행위”라며 “담론의 요건이 미달된 선정성의글을 대중을 향해 날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론가 박성창(41)씨도 계간‘세계의 문학’ 봄호에 ‘미안하지만 90년대 문학에는 ‘노마드’가 없습니다’라는 글을 싣고 평론가 황종연씨의 현장비평을 중심으로 비판을 전개했다.
박씨는 “황종연의 90년대 문학에 대한 옹호와 정당화에는 과잉 해석된 모더니티(또는 포스트 모더니티)가 그 자양분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전제한다.
박씨는 황씨가 90년대 문학에 부여한 ‘살아있는 혼돈’이라는 칭호는 ‘수사적장식’이라는 혐의가 짙다고 주장한다.
“현대성의 경험은 애매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황종연은 현대성의 경험이 집약된 것으로 보는 90년대 문학에 대한 논의에서 ‘애매성’에 대한 감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특히 황씨가 90년대에 유행한 패륜ㆍ불륜을 다루는 소설을 과도하게 감싸고 있지만 그 근거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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