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시장에 지방저하 음료수를 수출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A사가 지난해 국내와 미국의 창투사로부터 투자받은 액수는 각각 10억원과 60억원. 자금 회수 기간도 미국 창투사는 5년을 제시했지만 국내 창투사는 3년으로못박았다. 이 회사 사장 D씨는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있는 것이 생명기술(BT) 산업인데 국내 투자자들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소리만 한다”며 “우리회사의 주력사업인 ‘한국인의 개인별 적정 의약품 가이드 지도’ 프로젝트는 손도 못대보고 있다”고푸념했다.21세기 세계경제를 선도할 전략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BT 벤처가 척박한 금융환경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BT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500억~1.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황금 시장.그러나 업체별로 각종 실험 장비와 생산 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최소 100억원대 이상의 거액이 필요하고 연구개발(R&D) 기간이길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의 창투사와 시중은행 등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이들의 대출기간은 정보기술(IT) 기업이나 BT 기업 구분없이 통상2년이고 단기간에 월등한 영업성과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1년 연장의 특혜밖에 기대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자 BT 기업들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기능성 쌀이나 음료,사료 등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당초 의도한 기술 개발은 회사의 장기 청사진용으로만 품어두고 있는실정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 등이 BT 전용 펀드를 구상중이지만전주(錢主)들이 관심없으니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단정했다.
천연물질을 원료로 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워진 B사가 지난 해부터 내놓는상품은 죽순과 쌀을 원료로 한 음료수. 올 해 R&D 스케줄도 모두 대나무와 쌀 관련 제과 음료수 가축사료 등으로 채워졌다. B사의 재무담당 이사는 “BT 기업이 펀드로부터 유치한 돈으로 외도(?)를 한 뒤 자체 자금이 쌓이면 원래 생각했던 사업을 시작하는 게 지금껏 우리나라의풍토”라며 “이런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BT산업은 세계수준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밸리 제노포커스사의 경우 단백질 개량 기술과 개량 상태를 초고속으로스크리닝하는 기술 이 세계적인 호평를 받고 있지만 지난 해 매출액은 동네 슈퍼마켓 수준이다. 이 회사 반재구 사장은 “BT 산업은 완성된 기술 뿐 아니라 R&D 과정조차 상품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국내 R&D 매매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것도 금융권의 몰이해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라고지적했다. 그는 또 “BT는 장기간 투자를 용인하는 정책자금이 간절히 필요한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