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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경영하라] 흑백 사이엔 여러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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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경영하라] 흑백 사이엔 여러色이 있다

입력
200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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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하길,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선한 사람이 좋아하고 악한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조선 왕조 내내 논란이 되어 온 당파성에 대한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불편부당 혹은 중립은 비난을 두려워하는 나약함이거나 아무에게나 영합이 가능한 기회주의적 처신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공자의 이 말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것을 오도하여 내 패거리는 항상 옳고 다른 사람들은 악의 세력이라고 몰아가는 패거리 정신을 혐오한다.

선과 악을 자신들 이해관계의 껍데기로 뒤집어 씌우는 오만과 위선을 싫어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이 얼마나 많았으며,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전쟁이 또 얼마나 많았는가.

흑과 백 사이에는 회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이에는 이 세상의 모든 빛깔들이 존재한다.

빨주노초파남보로 대표되는 모든 가시적 색상이 바로 흑과 백 사이에 있다.

우리는 흑백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총천연색 칼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빛이 있는 세상이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어떤 한 사람이 늘 옳거나 늘 그를 수는 없다. 같은 사람이라도 마음이 밝을 때도 있고 어두울 때도 있다.

작은 선행을 하고 기쁜 마음이 되고, 이익을 찾아 행동한 후 곧 부끄러워 후회하기도 한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군자도 없고 소인도 없다.

다만 스스로를 수련하여 늘 맑고 밝은 청명한 날처럼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원래 자신이 타고 난 빛깔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붉은 빛은 더욱 붉어지고, 푸른빛은 더욱 푸르러 진다. 원래 타고난 빛깔을 덮고 있는 지저분한 오염을 닦아내면 자신의 고유한 색과 빛이 더욱 고와진다. 나는 이것을 자기 수련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테레사 수녀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이 세상에 위대한 행동이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들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인간도 없다. 다만 위대한 정신으로 일상의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위대한 생각이다.

그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밥 한끼를 먹게 해 주는 것은 작은 일이다. 그러나 매일 그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을 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이 바로 선한 사람들이다.

오늘 분명히 알게 되었다. 선한 사람은 악을 응징함으로 선을 표방하지 않는다.

선한 사람은 오직 세상 속에 선을 확대하고 선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사례로 구현함으로써 사람들을 일깨우고 참여하게 만든다.

폭력을 응징하는 폭력이 정의가 아니 듯, 테러를 응징하는 테러 또한 선이 아니다. 뒷골목 조무래기 깡패도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그렇게 한다.

그래서 힘은 곧 선이 아니며, 아름다움이 아닌 것이다. 보복은 보복을 낳고, 피가 피를 부르는 것은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며, 역사의 교훈이었다. 잘못 사용된 힘처럼 위험한 죄악은 없다.

삶을 경영하는 목적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이다. 평화는 공존이며 함께 행복한 것이다. 맑은 날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빛깔들이 자신들의 색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바다는 바다색으로 산은 산색으로 하늘은 하늘색으로 공존하기 때문에 눈이 부시게 찬란한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빛깔로 빛나라.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들만의 빛깔로 아름다워 질 수 있도록 도와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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