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멀리 노들길 버드나무가지 끝에 푸른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하였다. 아직은 겨울의 끝 자락이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데, 벌써 봄인가.바바리 코트가 좀 무겁다고 느끼면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화신이 실린 신문이 배달되었다. 서귀포 중문단지에 핀 벚꽃 아래서 관광객들이 활짝 웃는 사진이었다.
사진설명에는 예년보다 한 달 일찍 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의 꽃 소식도 그만큼 가깝다는 얘긴가 해서, 봄마중을 가고 싶었다.
■ 봄이 빠른 이유는 충분하다. 추운 겨울이 오리라던 장기예보와는 달리 올 겨울은 너무 따뜻했다. 연초에 잠깐 영하 10도를 오르내린 것을 제외하면 겨울다운 추위가 없었다.
기상청관측자료에 따르면 올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1.2도였다.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 평년 값에 비해 무려 1도나 높았다 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관측사상 두 번 째로 높은 14.42도라 하니, 이상난동 현상은 세계공통인 모양이다.
■ 그래서 그런가. 엘니뇨 현상이다시 엄습하리라는 예측이 발표돼 우리를 긴장시킨다.
미국 국립 해양기후국(NOAA)과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 봄부터 남태평양 해수온도상승으로 인한 엘니뇨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가뭄과 홍수 같은 기상재해가 닥쳐오리라는 불길한 소식이다.
우리 기상청도 중국대륙에서 날아오는 황사시즌이 빨라지고, 회수도 늘어나리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는 우울한 소식들이다.
■ 그 뿐인가. 올해는 춘투도 빨라져 벌써부터 사람들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동단체가 25일 26일을 총파업 D-데이로 잡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 반대기치를 든 철도노조를 지원하는 형식이어서 국민의 호응은 차갑기만 하다. 만년적자에 허덕이는 철도가 살길은 민영화 뿐인데….
월드컵 기간 중에는 노동운동을 자숙하겠다더니, 봄이 오기 전에 싸움을 끝내자는 것인가. 이런 봄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봄이 무서워지는 때도 있나.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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