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정교한 한국어의 모음체계에 매료됐습니다. 고국에 돌아가 한국어 연구와 교육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동구권 출신으로 처음 폴란드인이 한국에서 한국어 박사학위를 땄다.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는 안나 이자벨라 파라돕스카(31ㆍ여)씨.
안나씨는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한국학과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뒤 1996년 서울대 언어학과대학원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동양과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학시절 한국어과에 문을 두드렸던 안나씨가 본격적인 한국어 연구를 결심하게 된 데는90년 당시 바르샤바대 초빙교수로 가 있던 서울대 이현복(65) 교수의 도움이 컸다. 이 교수는 현재 안나씨의 지도교수다.
“폴란드어에 없는 ‘ㅡ’나 ‘ㅓ’ 등의 발음을 처음 접했을 때 따라하기 힘들었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모음 장단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거나 ‘ㅔ’와 ‘ㅐ’ 발음을 구별 못해 실수한 적도 많지요.”
이번 논문도 ‘폴란드인의 한국어 모음의 발음과 청취에 대한 실험음성학적 연구’로 폴란드어와 한국어의 모음체계를 비교하고 폴란드인이 한국어 발음에서 겪는 어려움을 폴란드인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독어, 러시아어 등 4개 외국어에 능통한 안나씨는 새 학기에 1년 과정의서울대 사범대학 부설 한국어 지도자과정을 이수할 계획이며, 귀국해 고국 강단에 설 예정이다.
안나씨는 “한국어 자음에 대한 연구를 비롯, 한국인과의 공동연구 등을 계속 벌여나가며 한국어 교육에도 힘쓸 것”이라며 “한국과 폴란드 간의 문화, 언어 교류에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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