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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주택정책 방향 바꿀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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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주택정책 방향 바꿀때

입력
200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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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 값이 너무 오르고 있다. 상승 추세가 강남에서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입지와 규모에 따라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시세차액이 발생하고 있다.

집 값이 이같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1년 1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수요 촉발, 거래 활성화, 생산 확대를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 중에는 금융ㆍ세제 지원과 함께 청약가입 제한 폐지, 분양권 전매 허용 등 파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도 강화하고 보증 여력도 크게 확대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규모의 값싼 자금을 공급하여 주택 수요를 부추김으로써 주택 시장을 과열시켰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자기자금 부담없이 은행돈만으로도 집을 살수 있다. 집 값의 80~90%까지도 융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금리가 집값 상승률 보다 훨씬 낮으니까 수익성이 있고, 현금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팔 수 있으니까 환금성 또한 보장된다는 계산이다.

은행들은 아파트 담보대출이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가계대출을 늘려왔다.

그 결과 매수세가 매도세를 크게 웃돌면서, 가격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떴다방 등 일부 투기세력이 가세해 주택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 왔다.

정부지원과 풍부한 유동성은 주택공급을 크게 늘였다. 작년에 53만호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여기에 다가구ㆍ다세대 주택까지 합하면 70만호를 상회한다. 덕분에 평균 주거밀도도 크게 개선되었다.

예를 들면 1인당 사용 방 수가 선진국 수준인 1개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계층별 편차는 매우 클 것이다.

집을 많이 짓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투기 의존적이어서는 안 된다. 주택은 근본적으로 소비재이다. 지나친 주택 투자는 주택 과소비로 이어지며,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지금은 SOC나 기술개발과 같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부문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투기에 편승해 집을 많이 짓게 되면 집값에 연동해서 전세값도 올라 저소득층이나 전월세 가구들에게는 단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특히 몇 년간 열심히 저축해 집 한 칸 마련해 보려던 젊은이들에게는 집값 상승은 실망 그 자체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거품(bubble)을 낳고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경기가 다시 위축되고, 궁극적으로는 침체현상(bust)이 나타나는 악순환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계는 신용불량과 파산까지도 경험할 수 있고, 은행은 담보가치 하락으로 부실화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가 지난 2~3년간 추진했던 긴급 대책들을 신중히 재검토하여 투기ㆍ투자를 부추기는 요인들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청약자격 요건을 다시 강화하고 분양권 전매를 규제하는 등의 조치이다. 세제 혜택도 서민들에게 돌아가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반드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둘째로 은행권에서도 주택담보 대출조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출금리는 경제 여건에 맞게 상향조정하고, 저축금리도 올려서 시중의 유동자금을 흡수해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보증한도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 향후의 주택정책 차원에서는 집을 많이 짓는 만큼 기존 주택의 보존을 중시해야 한다. 재건축 요건을 강화하여 주택자원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대신 개ㆍ보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금융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 선진국에서와 같이 주택경기는 대출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조절 가능할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이다.

집값 안정은 서민생활 안정과 직결된다. 주거비가 서민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인플레로 이어지며 과소비를 부추긴다.

이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며 이는 경제적으로나 정치ㆍ사회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집값 안정을 위한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해 본다.

김정호 국토연구원 SOC·건설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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