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소문을 내야 낫는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신과 환자들이다.아직까지 정신과 환자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병이 있다는 것을 숨기려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제 정신병은 숨겨야 할 정도로 수치스럽거나 특정 사람들만 걸리는 드문 병이 아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국민 3명 중 1명이 일생동안 적어도 1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는다고 한다.
실제로 내과나 신경과에 다니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심리적인 원인과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신체적 이상을 느껴 병원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정신과 병력을 가진 사람을 무슨 전과자라도 되는 듯이 여기고 있다.
그 저변에는 정신병은 재앙이 닥치듯 신의 저주를 받아 나타나고, 또 좀처럼 치료가 되지 않아 죽을 때까지 환자와 가족들을 괴롭힌다고 생각되어졌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이론적 정립과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는 20세기말부터 급진전을 보였고, 이제까지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정신분열병이나 치매 등의 치료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그 동안 정신과 치료는 심리적인 측면에 치중하여 상담이나 정신치료를 위주로 하였으나 현재는 많은 경우 약물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정신과 약을 일종의 마약처럼 여기며, 한번 먹으면 중독성이 강해 쉽게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 오랫동안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현상은 아직까지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분명한 것은 정신이나 마음은 뇌에서 나타나고, 뇌는 신경세포라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신과 물질은 같은 것의 다른 현상인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 정신과는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을 가두어 두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찾아가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뇌에 병이 든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다.
더 이상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배척을 당해야 하거나 두려운 사람들이 아니다. 이제는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스스럼없이 정신과를 찾을 수 있게 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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