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채권단이 매각대금의 산정기준을 변경, 마이크론에 역(逆) 제안을 하기로 함에 따라 다음주 미국에서 열릴 마이크론과의 최종담판은 ‘가격협상’의 양상을 띨 전망이다.2개월 넘도록 지속돼 온 다섯차례의 협상이 가격 문제를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였음을 감안하면 하이닉스 매각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마이크론이 이미 인수대금의 상한선을 그어 놓은 상태에서 채권단의 이 같은 우회전략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40억 달러 더 받겠다는 채권단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제시한 메모리 인수대금 40억 달러가 추가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한가격(Headline Price)’ 임을 인정하지만 가격산정 기준을 바꿀 경우 결과적으로 값을 더 올려 받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채권단이 내놓을 수정안의 핵심은 매각대금으로 받는 마이크론 주식가격을 양해각서(MOU)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2개월 평균가 ▦최근 1개월 평균가 ▦최근 1주일 평균가 등 3가지로 나누어 산정하되 이 가운데 중간치를 최종가격으로 하자는 것.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지난 21일 MOU 체결을 했다고 가정할 경우 평균주가는 ▦최근 2개월(2001년 12월 20일~2월 20일) 33.15 달러 ▦최근 1개월(1월 22일~2월 20일) 34.65 달러 ▦최근 1주일(2월 13~20일) 37.46 달러이다.
채권단의 수정안대로라면 중간가격 34.65 달러가 최종 매각가격이 된다.이는 마이크론의 제안(MOU체결일 직전 5일 평균치)을 기준으로 한 주가(37.46달러) 보다 주당 2.81 달러가 낮은 액수다.
이 경우 마이크론의 제안대로 4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받더라도 주당가치를 평가절하해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채권단이 손에 쥐게 될 주식수(1억1,544만주)는 마이크론제안(1억678만주)보다 866만주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20일 종가(36.50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당초의 매각대금 40억 달러보다 약3억1,600만 달러를 더 받는 셈이다.
▼마이크론 양보 얻어낼 수 있을까
인수대금용 주식의 최저가(35달러)까지 제시한 마이크론으로선 인수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일단 반발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마이크론 역시 메모리부문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채권단이 선뜻 수용키 힘든 각종 부대조건을 내건 상태라 어느 정도의 양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단이 가격협상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일 제휴협상발표 이후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이크론 주가가 급등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채권단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5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자금 지원요청이나 매각대금의 50%나 되는 추가손실 보전 요구를 관철시키자면 마이크론도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 이라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최종담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마이크론 내부도 인수 회의론 고개
하이닉스 반도체의 메모리부문 인수를 추진중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내에서‘인수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22일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부 멤버들이 최근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며 강한 반대론을 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소식에 정통한 구조특위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마이크론내부에서 반대의견이 고개를 드는 것 같다”며 “조기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마이크론측이 먼저 협상중단을 선언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과는 달리 D램 경기가 급격히 살아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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