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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뒷얘기…부시 "北공격 안해" 먼저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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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뒷얘기…부시 "北공격 안해" 먼저 언급

입력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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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언급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설득에 따라 나온 것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먼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 대통령은 회담 전에 “한반도 평화가 최우선이며 대화로 해결한다”는 합의를 반드시 도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마치 이를 이미 아는 듯이 회담 초장에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듯이 우리도 그렇다”면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지만 직접 중국을 방문, 대화를 통해 수교의 물꼬를 텄던 예를 들었다. 김 대통령은 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80년대에 구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비난하면서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과 대화를 진행시킨 점도 상기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을 거론하며 이들을 높이 평가하자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이었고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공격 배제’를 분명히 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악의축’이라는 표현을 일절 쓰지 않았으며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는 비난을 하지도 않았다는 후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 공부를 많이 했으며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회담은 지난해 3월 양국 정상의 첫 회담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 때 부시 대통령은 회담내내 김 대통령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지도 않고 말을 가로막는 등 기를 꺾는데 주력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통의 영어 표현대로 김대통령을 ‘이 분(thisman)’이라고 소개한 것을 두고 정부측이 불쾌하게 여겼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의 상하이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을 ‘친구(friend)’라고 불렀고 이번 회담에서는 김 대통령에 대해 ‘자유를 사랑하는 불굴의 의지로 역사를 장식한 분’이라는 등의 찬사를 보냈다. 부시의 언어습관으로 ‘친구’라는 표현이 나올 때는 그 관계가 잘 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 천마총금관 모형과 청자투각칠보문향로를 주었고 부시 대통령은 나무받침대가 있는 탁상시계와 문방용구통을 선물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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