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여주로 이사 가신 장인 어른 댁에 여러 가지 나무를 심었다. 그 중 봄이면 제일 먼저 목련이 꽃을 선보이고, 이어서 진달래, 철쭉꽃이 화사하다.얼마쯤 지나면 감꽃이 하얗게 얼굴을 내밀어 봄날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사실 감나무는 이사 갈 때부터 이미 살고 있었던 실제의 집주인인 셈이다.
먼저 살던 주인은 떠나도 이렇게 꽃을 화사하게 피워 새 주인을 맞이한다. 화장실 창문 앞에는 종로5가에서 2만원을 주고 산 오죽을 심었더니 일을 볼 때 앉은 자리에서 바라보면 제법 운치가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댓잎이 ‘아스스’ 떠는 소리가 음악소리 못지 않다. 우후죽순이라더니 비가한 번 오고 난 뒤엔 한 뼘씩이나 쑥쑥 자란다.
어느덧 처음보다 두 배로 줄기가 늘어났다. 매년 봄이면 나는 그 나무들이 잘 살고 있는지, 겨울은잘 보냈는지 궁금하다.
그런 나보다 나무 사랑이 아주 특별한 분이 있으니 바로 전우익 선생이다. 우연히 서점 신간 코너에서 눈에 띈 ‘사람이 뭔데’(현암사 발행)에는 나무 한 그루를 심고 바라봄에도 마치 사람을 대하듯 온갖 정성을 쏟는 이야기가 두루 실려 있다.
먹고 사는 문제와 하등 상관이 없을 듯한 저자의 나무 이야기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더불어 들려주고 있다.
누구는 아파트를 몇 평 늘려가고 주식이 얼마가 올랐네 하는 참에 나무 이야기라니,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집도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이라면 무어 그리 좋으랴.
독일에서는 도시계획을 세울 때 먼저 나무를 심는단다. 우리는 반대로 먼저 있는 나무도 베어내고 집을 짓고 길을 닦는다.
이후 나무를 그럴싸하게 심지만 적지않은 나무가 적응을 못하고 말라죽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신호등이 안 보인다고 도시의 가로수들이 겪는 수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온통 가지가 잘려 둥치만 덩그마니 서있는 곳이 숱하다. 나무가 없고, 숲이 없는 삶은 얼마나 팍팍한가.
‘사람이 뭔데’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 곧 자연을 위하는 것이며, 자연을 위한 것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나지막이 들려주고 있다.
물질에 물들어 그저 눈에 뜨이는대로 마구 소비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올 봄에는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 꽃 한포기를 심자. 지난 가을 수확한 꽃씨들이 벌써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봄이 왔어요, 어서흙에 뿌려 주세요”
김현성 가수·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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