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조지 W 부시미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21일에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침묵했다. 평양방송 등은 사흘째 남한 내 반미시위 소식만 전했다. 북한은 내부 조율을거쳐 22, 23일께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언론은 1998년 11월 방한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하 핵 사찰을요구했을 때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다 사흘 후에야 맞받아치는 논평을 발표했다.주목되는 점은 북한이최근 미국을 성토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직접적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은 “대북 강경책의 연장인 부시의 남조선 행각”을 경계했지만,부시 방한을 수용한 ‘남조선 당국’을 겨냥하진 않았다. 이는 클린턴 방한 때 “남조선 괴뢰들은 한미 협조가 파멸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남한당국을 싸잡아 몰아붙인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북한은 조만간 부시대통령의 대북관과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강하게 비난하는 논평을 내놓을 것이다. 북한은 특히 부시 대통령의 정권-주민 분리 주장에 상당히 분개했을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화를 제의한 이상, 북한이 미사일 실험재개 등 필요 이상의 강공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부시 방한과 관련한남한 당국의 움직임,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발언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이 한미동맹을강조하고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공동 대응한 것은 ‘배신 행위’이지만, 6ㆍ15 정상회담 후 자리잡은 평화기조를 무너뜨릴 수 없는 입장이다.북한은 21일에도 6ㆍ15 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하는 자체 모임을 가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원론적인 비난 논평을 내겠지만, 대화의지도 보일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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