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양국은 15년을 끌면서 정치적 줄다리기를 해왔던 중국의 WTO가입 문제가 해결되자 곧 바로 수뇌부가 마주 앉아 당면한 테러문제와 대만문제 등 상호 관심사 논의에 들어갔다.
이렇게 21세기 세계 정치ㆍ경제질서의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
양국교역 연 18%씩 증가
이제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중국이 시장경제에 접근해 가면서 경제적 성공을 달성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실 중국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에 대한 현실적 인식과 그에 따른 정지 작업은 빌 클린턴전 대통령 재임 중에 착실히 이루어졌다.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적 이해가 이처럼 중국 쪽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는 식어가고, 한국 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화교 경제권과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음을 유의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대미 무역흑자 1위국이 되었고, 미국은 최근 3년 연속대중국 직접투자 1위국이다.
양국간 교역은 1979년 수교 이래 연평균 18%씩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800억달러를 넘었으며, 미국은 중국의 두번째 무역상대국이자 최대 수출시장으로, 중국은 미국의 네번째 무역상대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5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300여개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중국 투자 건수는 모두 3만3,000개, 총 투자액은 실제 투입기준 350억달러로 일본의 대중국 투자 규모와 비슷하며, 우리나라의 7배 수준이다.
양국간 교류도 풍부해지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의 사장 중에는 자신의 할아버지때부터 중국에서 무역이나 외교 등에 종사하면서 살아온 사람도 있다.
고색창연한 오랜 역사를 가진 하버드 대학의 옌칭 연구소에는 최근 중국에서 오는 학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학자들의 중국 연구도 전례 없이 진지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72년 2월 미ㆍ중 화해의 산실이었던 상해의 국제문제연구소는 당시 주역의 한 사람인 헨리 키신저를 초청하여 미ㆍ중 화해 30주년 기념행사를 벌이면서, 대만문제와 한반도문제 등에 대한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벌이고 있다.
북경과 상해, 심천 등에서는 미국 명문대학 출신의 젊은 금융전문가들이 미국 연방준비 이사회를 모델로 은행과 주식시장등 중국의 신생 금융체제를 손질하고 있다.
바야흐로 미ㆍ중 관계는 제한적인 정치적 갈등구조 속에서 전례 없는 경제 협력의 가속화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미ㆍ중 관계의 역동적 상황은 한반도 상황의 물밑 환경을 이루고 있다.
1972년 미ㆍ중 화해가 이루어진 4개월 후인그 해 여름 한반도에서는 ‘7ㆍ4 남북공동성명’이 나왔으며, 최근 미ㆍ중 관계가 진전되면서 남북한 당사자의 노력은 ‘6ㆍ15 남북공동선언’으로 나타났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주변 환경의 호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민한 움직임과 노력이 남북한간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간 환경변화 대처를
우리의 적극성은 한ㆍ중 경제협력에서 더욱 드러나고 있다. 동남아 외환위기의 풍랑을 거친 후 한중간 경제협력은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대미 수출이 2배 증가하는 동안, 중국과 중화권에 대한 수출은 18배 이상 증가하여 양 지역에 대한 수출이 각각 400억달러 수준으로 비슷해져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미국과 중국 모두가 중요한 경제시대를 맞고 있다. 무역과 투자 1,2위국인 이 두 나라간의 경제협력과 정치적 갈등에 대하여 전략적 사고로 대처하는 과제가 우리 몫으로 다가와 있다.
한광수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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