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책동, 부시방한 반대한다”,“양민학살 배상하라”,“쌀수입 강요말라”….20일 오후 ‘부시방한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린 서울 종묘공원. 미국을 규탄하는 구호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부시 때문에 통일은 멀었어”, “성조기를 불태우는 게 뭐가 잘못이요”. 참석자들은 연신 주먹을 휘두르며 반미 구호를 외쳐댔다.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전쟁기념관 앞. “부시방한 지지한다”, “반미단체 처벌하라”…. 재향군인회와 자유시민연대의 ‘부시 방한 환영대회’에서는 상반된 구호가 메아리쳤다.
군복차림을 한 중년의 한 참석자는 “반대자들은 잡아넣어야 한다”며 주먹을 흔들어댔다.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분단의 상징이 된 도라산역을 찾은 이날, 분단의 남쪽은 극명하게 상반되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홍역을 앓았다.
반대와 찬성집회를 모두 목도한 기자는 ‘남남(南南)대립의 피해자는 결국 우리일 뿐’이라는 단상을 지우기 어렵다.
‘악의 축 발언’이라는 중대 사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논란과 논쟁은 오히려 ‘국민적인 활력소’일 수 있고, 권장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찬반, 더 나아가‘남남대결’이 남긴 상흔은 깊어 보인다. 평화의 사신으로 재빨리 변신한 부시의 모습은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던 남쪽의 ‘양 축’을 비웃는 듯하다.]
부시는 한 때 한쪽이 ‘악의 축’으로 돌변했던 이 땅을 곧 떠난다. 남는 것은 결국 남북과 남남이다.
이제는 남남의 깊게 갈라진 틈을 봉합해야할 때다.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되려면 남남이 입은 상처부터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기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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