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던 14세 소년 빌 플림튼은 자신의 만화작품을 디즈니사에 보냈다.디즈니의 답변은 “그림에는 가능성이 보이지만, 애니메이터로 일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완곡한 거절이었다.
디즈니가 당시 그 소년의 재능을 알아보았다면, 오늘의 빌 플림튼은 없었을 것이다.
예순에 가까워진 빌 플림튼이지만 기괴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은 지칠 줄 모른다. 그의 네번째 장편 ‘뮤턴트 에일리언(Mutant Aliens)’는 2001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대상 수상작이다.
딸 조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주비행선에 몸을 실은 얼 젠슨은 갑자기 연료가 방출되면서 지구로 귀환할 수 없게 된다.
20여년후 관측소에서 근무하는 조시는 유성처럼 지구로 떨어지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우주의 미아가 된 줄 알았던 얼 젠슨이 돌연변이 외계인(뮤턴트 에일리언)들과 함께 귀환했다.
그들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프루걸 박사에게 통쾌한 보복을 가하기 시작한다.
인디정신에 철저한 빌 플림튼은 이작품에서 이 시대 정치권력, 상업권력을 조롱한다. 국내 소개된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처럼 엽기적이고 충격적이고 전복적인 이미지가 여전하다.
외계인들은 인간을 찌르고 짓밟고 삼키고 배설한다. 조시의 남자 친구의 채워지지 않는 성욕은 트랙터, 전기톱, 기차, 코뿔소떼로 변형된다.
극단적으로 형상을 뒤틀어대고 인간의 욕망에 대한 표현도 적나라하다. ‘세상은 디즈니 만화처럼 예쁘지만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인정하기 힘든 진리를 빌플림튼 작품은 말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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