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3년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은 장기간의 도피생활로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16일 체포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의 켄트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씨는 이날 무장한 연방 수사관 두 명에 의해 연방지법에 호송됐다.
이 전 차장은 양 손이 수갑에 묶인 상태였으며 얇은 스웨터에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 출세가도를 달리던 공무원으로서의 말쑥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약화된 시력 탓에 17일 면회온 부인이 구치소에 넣어준 검은색 뿔테안경을 착용했다.
이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방청석에 한국 기자가 20여명이 몰려 온 것을보고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방청석을 향해 두 손을 맞잡아 위로 치켜 드는 등 자신감을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씨는 스코우빌 판사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자 ‘이석희’라고 정확히 불러 달라고 요구했으나 판사가 “잘 안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여전히 틀리게 발음해 법정 안에는 작은 웃음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체포직후 선임한 다지 변호사외에 한국인 현태훈, 문경태 변호사와 미국인 변호사 등 3명을 추가선임, 인도재판에 대한 총력전 태세로 돌입했다. 현지에서는 그랜드래피즈에서 잔뼈가 굵은 다지 변호사가 변론을 진두지휘하고 한국인 변호사가 한ㆍ미 형법을 지원하는 체제로 분석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일단 이씨의 재판이 장기화될 것을 상정하고 최우선적으로 불구속재판을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현 변호사는 “이씨는 무엇보다 공정한 재판(fair trial)을원하고 있다”며 “이씨가 한국에서 기소중지된 상태지만 미국은 기소(charge)가 안된 상태서 체포영장(warrant)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석을 자신했다.
미국에 거주중인 이씨 친척들도 법정공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씨의 형인 명희(61ㆍ뉴욕거주의사)씨는 “동생은 무조건 무죄라고 믿으며 반드시 정의가 이길 것”이라며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동생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랜드 래피즈=연합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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