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방송계의 혁명’이 시작된다. 위성방송 사업자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ㆍ대표 강현두ㆍ康賢斗)은 86개 비디오 채널과 60개 오디오 채널 등모두 146개 채널의 위성방송 전파를 발사한다.위성방송은 우리 사회 전반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는 위성방송을 통해 올해 산업효과 1조 4,876억 원, 고용창출 효과 2만 5,678명을 예상하고 있으며, 4년 후인 2006년에는 산업효과 6조8,430억원, 고용창출 효과 6만 2,032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회에 걸쳐 위성방송의 파급 효과를 가늠해 본다. / 편집자주 ≫
한국남(45)씨는 아들 정수(16), 딸 정현(14)과 아내 미숙(42)씨의 성화에 못 이겨 위성방송을 시청하게 됐다.
내친 김에 큰 마음 먹고 400만원 정도 하는 고화질(HD) TV를 구입했다. 물론 위성방송은 기존의TV 수상기로도 시청할 수 있다.
우선 취향이 다른 가족이 한 데 모여 프로그램 안내 채널(EPG)을 보았다. 한씨는 76개 비디오 채널과 10개 PPV(Pay per Viewㆍ별도 유료) 채널 중 스포츠, 다큐, 영화 등 5개 채널을 리모컨을 이용해 입력해 놓았다.
아내는 드라마, 가요, 홈쇼핑 등 6개 채널을, 고 1년 아들과 중 2년 딸은 가요, 교육, 레포츠채널 등 7개를 각각 입력했다.
아이들이 입력해 놓은 패키지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7개의 프로그램 제목이 떴다. 우선 가요 채널을 선택했다. 정수와 정현이는 “정말, 죽여준다”라며 감탄한다.
화면뿐만 아니라 음질이 CD수준이다. 정현이는 슬며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위성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을 다운받기 시작한다. CD를 살 필요가 줄었다.
미숙씨는 아이들의 위성방송 시청을 계기로 용돈을 삭감한다고 통보했다. 한씨 가족이 극장을 가는 일도 줄었다.
16대 9의 와이드 화면에 배우들의 땀구멍까지 포착되는 고화질 영화를 안방에 앉아 수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 가정에서는 채널권 싸움도 사라졌다. 텔레비전이 하나 있을 때는 자녀들은 가요순위 프로그램, 아내는 드라마, 한씨는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겠다며 늘 티격태격했다.
이제는 한 대의 수상기로 화면분할(올 12월 경에 시작해 한 화면에서 최대 4개의 채널, 내년에는 16개 채널 동시 시청이 가능)을 이용해 여러 채널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아내가 ‘겨울연가’를 보고 있는데 한씨가 퇴근했다. 평소 트렌디 드라마를 보지 않던 한씨. “어저 드라마 배경이 어디야? 너무 멋진데”라고 묻는다.
딸 아이가 재빨리 리모컨으로 화면의 무대를 클릭하자 드라마 배경인 남이섬의 역사와 위치, 휴양 시설 등 소개가 자막으로 뜬다.
아들 정현이가 배용준의 목도리가 멋있다고 하자, 졍현이가 리모콘으로 배용준의 목도리에 클릭한다.
목도리 종류, 판매 장소, 가격 등이 소상히 소개됐다. 곧 바로 주문을 하니 다음날 집으로 배달됐다. TV와 통신이 결합한 형태인 데이터 방송 덕분이다.
아내 미숙씨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다 오븐에 올려 놓은 빵이 다 익을 시간이 되자 리모컨으로 화면에서 오븐 불을 끄고, 다용도실의 세탁기를 작동시킨다.
디지털로 방송이 되기 때문에 모든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홈 네트워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숙씨는 출근한 남편으로부터 급하게 돈을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리모컨으로 홈 뱅킹을 이용해 입금시켰다.
한씨 가족은 차에도 위성방송 수신시설을 장착해 버렸다. 휴가여행을 떠나면 차 안에서 방송을 시청한다. 아날로그 방송과 달리 차가 흔들릴 때도 화면이 흔들리지 않는다.
한씨는 데이터방송(5월에 시작, 2004년부터 본격화)을 이용해 며칠 전 투자한 주식 시세를 파악하고 불리한 주식을 처분했다.
방송되는 위성방송의 드라마 내용이 지지부진하자 화가 난 딸 정현. 리모컨을 이용해 제작진에게 e메일을 썼다.
“내용이 너무 유치하고 속도감도 느려요.” 제작진은 드라마의 내용을 대폭 손질했다.
위성방송 시청으로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위성방송 가입을 끝까지 반대한 한씨였다.
가수와 연기자에 대한 정보를 가요나 드라마 방송을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돼 더 이상 아들과 딸이 “아빠는 신세대 문화를 너무 몰라”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홈 네트워크(2005년부터)가 가능해지면서 집안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아내의 구박도 줄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위성방송 Q&A
Q: 위성방송을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 시청방법은?
A: 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먼저 시청 가입 신청을 해야 합니다. 전화(1588-3002)나 인터넷(www.skylife.co.kr), 팩스(031-272-3003)로 신청하면 됩니다.
위성방송을 시청하려면 수신안테나와 셋톱 박스를 설치해야 합니다. 안테나와 셋톱 박스 가격은 합해서 16만 원이고 설치비는 4만원입니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은 이달 말까지 신청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셋톱 박스와 안테나, 설치비를 포함해 6만 9,000원만을 받습니다.
Q: 디지털 방식으로 방송되는 위성방송을 보려면 꼭 고화질(HD)의 디지털TV를 구입해야 하나요?
A: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의 아날로그 TV로도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디지털TV로 보는 것보다 화질과 음질이 떨어집니다.
Q: 한 달 수신료는 얼마입니까?
A: 선택하는 채널 수에 따라 비디오 32개 채널과 오디오 10개 채널로 구성된 보급형은 월 8,000원입니다.
PPV(Pay per Viewㆍ시청하는 프로그램마다 돈을 내는 채널)를 제외한 76개 채널과 60개 오디오 채널을 모두 시청하거나 청취하려면 월 3만 3,000원입니다.
이밖에 5가지 유형의 패키지 채널이 있습니다. 주로 영화를 방영하는 PPV 채널은 편당1,000원을 내야 합니다.
Q: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위성방송을 통해 KBS1, 2 TV, 서울MBC, SBS를 시청할 수 있나요?
A: KBS1, 2 TV와 EBS는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서울 MBC와 SBS는 당분간 방송을 볼 수 없습니다.
이중에서 KDB가 KBS2를 재전송 하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있어 시청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국회에서 마련 중인 위성방송 관련 법안이 통과돼 서울 MBC, SBS, KBS2를 전국으로 재송신하려면 방송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채널 모두 146개…영화는 장르별로 채널 세분
디지털위성방송 출범으로 무려 146개의 방송채널이 늘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리라는 기대가 크다.
성인 채널이나 액세스 채널이 선을 보이고, 영화 채널만 해도 액션, 무협 등으로 장르가 세분화하는 등 특화가 이루어진다. 우선 심야 성인 영화 채널이 시도되고 있다.
스파이스TV와 미드나잇 채널은 19세 이상만 시청 가능한 성인 영화를 하루 6시간(밤 11시~새벽 5시) 방영한다.
HBO Plus도 심야시간대에는 성인영화를 편성할 예정. 시청연령제한 시스템이 있어 비밀번호만 노출되지 않으면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디지털방송 애니메이션 채널인 AniOne TV는 ‘포켓몬스터’ ‘개구장이 스머프’ 등 최신 혹은 추억의 만화영화 시리즈를 방영한다.
출판만화 및 애니메이션 업체인 대원C&A의 작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 독립영화 및 비할리우드권 영화를 집중 소개할 제3영화 채널도 주목할 만하다.
시민방송은 시민단체 및 다양한계층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반영할 액세스 채널로 액세스 프로그램을 50% 편성한다.
하지만 기대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맛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성방송에 참여하는 PP(프로그램 공급 사업자) 대부분이 케이블 방송과 겹치고 있기 때문.
60개의 오디오 채널은 전부 위성방송에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PPV 채널 10개를 제외한 76개의 비디오 채널 중 케이블방송 서비스 없이 위성방송으로만 프로그램을 제공할 채널은 22개로 30%가 채 안 된다.
케이블방송에서 인기가 높은 영화, 음악, 스포츠, 홈쇼핑에 채널이 집중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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