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 충남 금산군 제원면 마달피 야외세트장. MBC 월ㆍ화 사극‘상도’의 촬영이 한창이다. 이 자리에는 ‘상도’ 방송 연장 운동을 해 온 ‘상도 동호회’ 회원 40여 명이 있었다.강원 춘천에서 왔다는 회원 유기철(26ㆍ학원강사)씨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내용도 좋고 구성도 탄탄해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상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것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였습니다.
회원들의 방송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져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드라마 동호회가 드라마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제목 선정에서부터 내용변경, 캐스팅, 방송 횟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요즘 일고 있는 드라마 ‘겨울연가’(KBS2) 열풍도 수십 개에 달하는 ‘겨울연가 인터넷 동호회’ 덕을 톡톡히 봤다.
이들은 방송 전부터 인터넷에 드라마 기획서(시놉시스)를 올려 홍보에 앞장서는가 하면 출연 탤런트 관련인터넷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글을 써 젊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냈다.
요즘에는 방송 대본을 미리 올려 시청자들에게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출연진 인터뷰까지 싣고 있다. 관련 신문 기사를 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동호회는 ‘아줌마’나‘장미와 콩나물’의 경우처럼 드라마의 제목을 다는가 하면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5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진실’(MBC)의 경우, 원래 주인공 류시원이 죽게 돼 있었으나 동호회의 활약으로 류시원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 최지우와 결혼하는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저하로 서둘러 막을 내리려던 김혜수 배용준 윤손하 주연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우정사동호회’의 압력으로 당초 예정된 횟수까지 방송이 나갔다.
동호회의 활약에 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 ‘상도’의 이병훈 PD는 “드라마는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동호회 회원들의 칭찬과 비판을 수렴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긍정론을 폈다.
반면 작가 김정수씨는 “동호회의 압력으로 드라마 내용이 바뀐다는 것은 드라마와 작가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인기나 시청자의 압력보다 중요한 것은 당초 기획한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산=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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