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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정보 불균형 개미만 물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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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정보 불균형 개미만 물먹는다

입력
2002.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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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증권사는 지난해 말 영원무역의 수익이 정체됐다며 중립의견을 냈다. 이 달7일 B증권사는 반대로 실적이 호전됐다며 매수의견을 냈다. 그리고 8일 뒤 회사측은 47% 증가한 전년도 순이익 244억원을 발표했고, 이후 주가는19일까지 27% 상승했다.지난 14일 전년 경상이익이 300% 증가했다고 공시한 이후 상한가 행진하며급등한 성도의 경우 C증권사는 1월말 일찌감치 업황호조를 이유로 추천종목에 올려놓았다. 대한해운은 회사측이 전년도에 순손실 폭이 52% 감소했다고발표하기 하루 전 D증권사의 추천을 받았다. 추천 제외도 마찬가지로, E증권사의 추천종목에서 빠진 한 제약사의 경우 회사내부에서 나온 비공개 정보에근거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정보접근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기업측의 공시나 발표 이전에 실적을 비공식적으로 알아내 미리 매수 또는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증권사가 실적호전 같은뚜렷한 이유없이 종목을 추천하면 그 뒤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달 중순 증권사들이 잇달아 추천(매수)한 한국단자는 이달 6일 호전된 실적과높은 현금배당을 발표했다. 같은 시기 다수의 추천을 받은 디지아이도 이달 1일 경상순익이 130% 증가한 실적을 공시했다. 증권사들의 단골 추천종목인대덕전자의 경우 1월말 당기순익이 30% 넘게 감소한 실적을 발표하기 전 추천종목군에서 쏙 빠졌다.

12월 결산법인들은 3월말까지 결산내용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제출하고 두 시장은이를 4월 초 공개한다. 또 부문별 실적이 30%이상 증가하는 등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경우 주총 6주전부터 2주전 사이에 공시를 통해 먼저 발표해야한다. 거래소측은 “대기업은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실적을 동시에 발표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전달의 평등이 유지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은 기업탐방 등을 통해 미리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많다. 최근 실적을 당겨 발표한 S기업은 “애널리스트들의 성화에 못이겨 조기에 공개했다”고 전했다. D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자주 회사측과 접하다 보면 실적을 알게 된다”고 인정하고 “하지만공시 전에 이를 공개하면 비공개약속을 저버리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에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종목을 추천하는 경우는 ‘선의’에 속하지만, 내부적으로 활용될 경우 이를 감시할 수없다는 한계도 있다.

매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실적발표와 함께 각 부문 실적 상위 종목을 발표하면해당종목의 주가가 거꾸로 하락하는 것도 이런 정보의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팀장은 “뉴욕증시가 잘못된 회계관행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것처럼 기업들의 실적 흘리기 등와 증권사들의 이용의혹은 해당 기업은 물론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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