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누구는 ‘인정 사정 볼 것없는’ 관계가 배우와 제작자의 관계라고 말한 적도 있다. 캐스팅 시장은 명백히 수요자(제작자)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자(배우) 우위의 시장이다.제작자들은 배우의 개런티에 대해 가급적이면 ‘비밀’을 요구하지만, 개런티만큼 빠르게 입소문을 타는 것도 없다.
개런티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추는 바로 자존심. ‘이중간첩’에 캐스팅 된 배우 한석규의 개런티가 ‘3억 5,000만원 이상+α’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미 송강호가 사이더스에서 제작하는 ‘살인의 추억’에서 3억 5,000만원에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했다는 설 때문이다.
‘챔피언’의 유오성 역시 3억원과 러닝개런티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한국 최고 남자배우의 자존심’인 한석규의 개런티는 이 정도를 넘을 것이란 추측이다.
‘텔 미 썸딩’이후 한 편의 영화도 출연하지 않은 한석규가 ‘왜’ 최고 개런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질문에 대한 분석적인 답은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송강호, ‘친구’에서의 유오성은 지금의 개런티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 1년 반 만에 개런티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최민식 역시 3억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정우성 장동건 이병헌 등도 이들을 ‘추격’하기 위해 최근 협의중인 영화에서는 ‘3억원설’이 불거지고 있다.
‘피아노’로 연기자에서 ‘스타’로 부상한 조재현도 수천만원에 불과했던 개런티가 ‘청풍명월’(감독 김의석)에서 단숨에 2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여배우 중에서는 전도연이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2억5,000만원을 받았고, 이영애 고소영을 캐스팅하려는 제작자들은 ‘전도연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다.
한번 올라가면 내려올줄 모르고, 영화에서의 비중에 상관없는 ‘스타’들의 개런티. 문제는 콧대 높은 배우들의 자존심을 채워주기 위해 개런티는 턱없이 올라가고 있으나, 과연 이에 따른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고 있느냐는 점이다.
멜로물, 시대물 모두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L씨, 주연급으로 발탁됐으나 멜로의 주인공으로서는 연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던 J씨 등 ‘관객 동원력’이 입증되지 못한 배우들 역시 여전히 개런티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영화계 각종 펀드들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신인 기용도 가능한 탄탄한 장르영화 대신 스타시스템에 의존하는 영화관행이 지속되는 한 상황이 달라지기는 힘들다.
오로지 ‘희소성’ 때문에 ‘효용’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입증되지 않고 있다. 미국처럼 ‘돈 값 지표’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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