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직후인 내달2일 교육청 북새통 예고지난해 3월2일 새벽. 서울시 교육청 정문 앞에는 자녀의 전학을 위해 밤을 샌 학부모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하루에만 2,000여명의 학부모가 몰리면서 30여 평의 교육청 민원실은 자리 다툼으로 고성이 오가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교육청 직원 20여명이 투입됐다.
대학의 수시모집 확대와 수도권 재배정 사태, ‘7ㆍ20 교육여건개선 사업’등의 여파로 올해 서울 시내고교의 ‘전학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교생은 배정 학교 입학 후에야 전학이 가능해 올 3월2일 새벽에도 ‘서울로, 강남으로’를 외치는 ‘맹모(孟母)’들의 북새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고교생 전학 급증 추세
최근 몇 년간 서울의 고교생 전학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고교 신입생 전학이 시작된 3월2일 하루 동안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고교 전학 희망서류는 1,992건.
3일에도 739건이 추가돼 2000년 같은 기간 1,170건보다 40% 이상,1999년(641건)에 비해서는 200% 가까이 폭증했다.
전학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대입에서의 학생부 비중의 확대. 수도권 비평준화 지역 입시 명문고에 배정된 신입생 중 중상위권 학생들이 내신 성적 향상을 위해 서울 고교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그 중에서도 각종 사교육 학원이 밀집한 강남 지역 재학생에게 유리한 수시모집이 실시된 것도 전학생 증가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든 세대가 함께 이사를 해야 했지만 1999년부터는 부모 중 한사람만 주민등록을 이전해도 전학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간소화 했다”면서 “이후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에 배정된 경우 어머니와 함께 거주지를 옮겨새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수도권 배정소동 영향은
올해 ‘전학대란’재연의 가장 큰 변수는 수도권 평준화 및 재배정 파동의 영향.
당초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평준화가 시작되는 올해는 이들 지역 학생의 서울 전입 바람이 한풀 꺾이고 전학열풍도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뜻밖의 수도권 배정 취소 및 재배정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해보다 전학생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예견이 나오고 있다.
배정 고교에 불만을 품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대규모 서울 이동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 분당, 일산 등 수도권 7개 비평준화 지역에서 서울로 전학한 고교생은 서울 전입지방 고교생의 절반인 3,000여명에 달했다.
■서울 내 타 학군 전학도 늘 듯
학급 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맞추도록 한 ‘7ㆍ20 교육여건 개선사업’도 전학대란을 부추길 전망.
지난해 서울 시내 11개 교육청 중 동부ㆍ북부 등 5개 교육청의 고교 학급 당 학생 수는 48명이었지만 올 신입생은 모두 35명으로 줄었다.
간단히 말해이들 지역에서는 한 반 당 13명의 학생이 가까운 학교를 두고 먼 학교에 배정 받았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군 내 원거리 배정이 늘어나 아예 타 학군의 좋은 학교로 옮기려는 전학 욕구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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