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조지W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분단의 상징이자 남북 화해 협력의 장으로 떠오른 경의선 남측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찾았다.철조망으로 겹겹이 싸인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100m 앞에 위치한 경의선 종단점에서 다시 만난 두 정상은 경의선복구공사 브리핑 장소로 걸어가 이명훈 1사단 부사단장으로부터 공사현황을 영어로 청취했다.
부시 대통령은 4분여 브리핑 동안 간간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삼엄한 경계의 비무장 지대 철책선을 넘어 자신이 ‘악의축’으로 규정했던 북녘 땅을 응시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브리핑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에게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천막을 다시 치는 등 경의선을 연결공사를 재개하려는 의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자 부시 대통령은 “OK, I hope so”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두 정상은 각자차량에 올라 도라산역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플랫폼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은 콘크리트 침목에 ‘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이 철도가 남북의 가족을 이어주길 기원한다)고 쓴 뒤 서명했다.
외국정상의 서명은 부시 대통령이 처음이다. 경의선 복원 관계자는“부시 대통령이 사인한 침목 원본은 철도박물관에, 원형을 복사한 침목은 후일 경의선이 연결되면 남측의 마지막 침목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행사는 당초 양국 정상이 함께 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부시 대통령의 서명이 돋보이도록 김 대통령이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두 정상은 역사 내 행사장으로자리를 옮겨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순으로 연설을 했다.
김 대통령은 5분 남짓한 연설에서 “이름만 기차역일 뿐 인파도화물도 없다” “끊어진 채 녹슬어가는 철도에 민족의 한이 서려있다”는 등 감성적인 표현으로분단의 아픔을 호소, 눈길을 끌었다.
이날 도라산역에는 많은 실향민들이 초대 받아 두 정상의 연설을 경청했다.
김 대통령은 연설장을 떠나기 앞서 부시 대통령에게 연단아래 첫째 줄에 앉아있던 경의선 ‘마지막기관사’ 한준기(73)씨등을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Thank you’를 연발하며 두 번째 열, 세 번째 열의 인사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두 정상의 도라산역 방문에는 미국에서만 147명의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등 300명 가까운 내외신 기자들이 몰렸고 이들을 위해 행사장에 간이 프레스센터까지 운영됐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서울역에서 ‘경복호’를 탑승한 지 1시간만인 오후 2시25분에 도라산 플랫폼에 도착했다.
경복호는 남북정상회담등에 대비해 지난해 4월 차체를 특수방탄 처리하는 등 순수국내기술로 만든 대통령 전용열차. 김 대통령이 실제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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