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은 큰 틀에서의 북한 문제 해결방식에 관한 견해차를 어느정도 해소했다.조지W 부시 미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북한 대량살상무기(WMD)문제 등의 해결을 강조,전쟁 발발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우리측과 손발을 맞추었다.하지만 그는 "외교를 하다 보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넘어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해 쟁점사항에 대한 시각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주요 현안들이 봉합된 듯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도덕적이고 종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또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감을 거침 없이 밝혀 '악의 축'발언 이후 드러났던 한미간의 견해차가 언제라도 재연될 가능성을 잠재우지 못했다.그래서 양 정상이 총론에서는 일치를,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WMD문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전쟁의사가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WMD가 테러리스트에게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는 종전 수위와 다른 것이다.김대중 대통령도 "WMD와 미사일 문제를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거듭 강조했다.하지만 정작 회담에서는 북한의 조기 핵사찰,미사일 수출 중단 방안 등이 구체적이고도 강도 높게 논의됐을 것이다.이와중에 WMD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미국과 점진적인 해결을 모색하려는 우리측과 인식차가 드러났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및 햇볕정책
예상대로 부시 대통령은 대북대화 제의가 아직 유효하다고 밝히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에 실망감을 표시했다.그는 햇볕정책 지지의사와 함께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북특사 파견 용의와 미북대화 시 북한에 줄 당근을 묻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생략,일정한 선을 그었다.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변수라는 은근한 압박이다.대북 포괄적 협상의 로드맵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미측의 형편상 대북 특사파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태도는 대화재개를 위한 미측의 선제조치를 기대해 온 우리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미측은 또 북한의 주민과 정권간 차별성을 강조하는 이원적 태도를 통해 양자를 확연히 구별하지 않는 한국의 대북정책과 차이를 부각시켰다.이에 따라 양국간 향후 협의가 중요해졌다.일부 관측통들은 햇볕정책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데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실망감을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로 연결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재래식 무기
김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의 위협을 직접 받고 있으며,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담 전 이 문제에 관해 우리측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에서 '적극적 역할'로 수정하고,미측도 이 문제는 한국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큰 이견 없이 봉합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당초 우리측은 한미동맹을 대테러 전쟁 등 세계적 이슈에까지 확대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구상했으나,양측은 양국의 안보협력을 정치 경제 외교등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한국측은 동맹관계 강화의 속뜻을 대북정책 공조강화로,미국측은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의지와 대테러전쟁 지지로 해석하는 눈치이다.미측은 대테러 전선의 일원인 한국에게만 특정한 관계를 설정할 경우 다른 국가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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