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배우 모델로… 홀로그램 처리… 팬시제품넣어 포장 차별화도‘무조건 튀어라’
음반의 얼굴인 표지와 포장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장씩 신보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서다.
방법은 단 하나, 노래를 부른 가수의 모습이 등장하는 전통적인 표지와 플라스틱 및 종이로 이루어진 평범한 포장을 벗어나는 것 뿐이다.
음반시장에서 표지의 비중이 커진 것은 편집음반이 대유행하면서부터. 보다 정확하게는 이미연의 ‘연가’가 스타 마케팅의 위력을 입증하면서부터다.
이후 편집 음반 표지는 노래와는 상관없이 노래의 분위기와 유사한 이미지의 연예인 얼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편집음반을 제작한 음반사의 한 관계자는 “표지 모델이 매출의 30% 이상을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친숙한 얼굴이 눈길을 끌고, 연예인 관련뉴스로 간접 홍보되며 연예인의 팬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델료는 이요원, 신하균 등 드라마나 영화의 주연급 배우가 5,000만~7,000만원선. 러닝 개런티를 별도로 받기도 한다.
더러는 단순히 표지 모델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루’의 김민, 박정철은 수록곡 선곡은 물론, 내레이션과 뮤직 비디오 주연까지 맡았다.
포장의 차별화 전략도 표지 못지않다. 지난해 나온 편집 음반 ‘악 & 락’과 ‘팝이라면’이 대표적인 예.
‘악 & 락’은 손잡이가 달린 철제 케이스에 음반을 담았고 ‘팝이라면’은 캐릭터가 그려진 라면 봉지 모양의 두툼한 비닐 소재에 볼펜 등을 같이 넣었다.
모두 귀엽고 톡톡 튀는 것을 좋아하는 10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마케팅과 디자인을 결합했다.
‘팝이라면’을 출시한 자이브측은 “봉지 제작에만 15일이 걸렸고 제작단가도 5%나 높아졌지만 10명 중 8명이 음반을 만져볼 만큼 인지도를 높이는데 확실한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정규 음반 중에서는 이승환의 작품이 독보적이다. 이승환은 자신의 회사인 ‘드림팩토리’에 디자인팀을 두고 사실상의 디자인 팀장으로 앨범마다 튀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2000년 발매한 ‘롱리브드림팩토리’는 뱃지나 스티커, 컵 받침 등 각종 팬시 용품으로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었고 라이브 음반 ‘무적전설’은 재킷을 합금으로 했다.
최근 발매한 7집은 ‘Egg’라는 타이틀을 일일이 수작업한 플라스틱 입체 글자로 장식했다.
반면 브라운아이즈는 나얼이 그린 흑색과 황토색의 크로키 풍 재킷을 ‘벌써일년’ 뮤직비디오가 뜨자 뮤직비디오 화면으로 바꾸고 후속곡 ‘With Coffee’를 홍보하면서 신민아의 이미지 컷으로 대체했다.
큰돈 들이지 않고 뮤직 비디오를 재활용한 셈. 이밖에 LP처럼 생긴 여행스케치 라이브 음반이나 싸이 2집, 캘린더 모양의 애즈원 2집, 홀로그램을 집어넣은 이정현의 최근작 등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표지나 포장이 반드시 판매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튀면 소비자들의 호기심은 자극하지만 구매를 망설이게 하기도 한다.
손익분기점이 10만장이었던 ‘악&락’은 3만장도 채 넘기지 못했고 음반인지 캐릭터 상품인지 분간이 안가는 두 장짜리 ‘팝이라면’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영애를 표지 모델로 대박을 냈던 ‘애수2’의 판매가 전작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음반사의 한 관계자는 “수록곡과 음반의 질은 물론 컴필레이션의 경우는 음반의 개수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아무리 튀어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눈에는 튀고, 귀에는 감겨야 한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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