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막을 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센(千)과 치히로(千尋)의 행방불명’이 대상인 황금공상을 수상하면서 일본의 ‘미야자키 열풍’이 한결 거세지고 있다.일본 영화 관계자들은 세계 3대 영화제 사상 최초로 애니메이션이 대상을 거머쥔 쾌거를 두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역시 미야자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 도쿄(東京)신문은 18일 이 소식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 기사를 제치고 1면 머릿기사와 사회면 관련기사로, 요미우리(讀賣)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산케이(産經)신문은 1면 중간 기사와 사회면 관련기사로 전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는 지난해 7월 개봉 이래 2월 15일 현재 일본에서 2,267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293억엔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린 대히트작이다.
신들이 사는 온천 마을을 무대로 이상한 세계에 말려 들어간 10세 소녀 치히로의 성장기를 미야자키 감독 특유의 서정성으로 그렸다.
소녀가 이상한 세계에서 기묘한 존재들과 조우한다는 설정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닮았고 10세 소녀가 세계를 어떤 눈으로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는 주제로는 디킨스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를 연상시킨다.
반면 온천 마을과 목욕탕 집이라는 무대, 모든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의식 등 극히 일본적 정서도 담았다.
영화평론가인 사토다다오(佐藤忠男)씨는 “일본의 애니미즘적 세계관을 멋지게 예술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수상 의의가 더욱 크다”며 “가장 일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상식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만화평론가인 무라카미 도모히코(村上知彦)씨는 “‘센과 치히로…’는 대담한 줄거리와 세밀한 일상성의 묘사, 모험심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영상 등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집대성”이라며 “세계의 인정을 받은 만큼 앞으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세계가 한결 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야자키 감독의 미술관을 설립하는 등 애니메이션을 지역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해 온 도쿄(東京) 미타카(三鷹)시 관계자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미타카가 세계의 애니메이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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