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지금 전쟁영화 붐이다.지난해 ‘9ㆍ11테러’ 이후미국에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기다렸다는 듯,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제작비 1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전쟁영화가 잇달아 개봉되고 있다.
지난해 ‘에너미 라인스’에 이어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전쟁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다운’과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하트의 전쟁(Hart’s War)’.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오른 ‘블랙 호크 다운’은 8주 동안 9,640만 달러의 입장수입을 벌어들이며 우리나라에서도 1일 개봉해 전국 64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식스 센스’ 이후 액션영화 출연을 꺼려온 브루스 윌리스가 오랜만에 전쟁 영웅으로 나온 ‘하트의 전쟁(Hart’s War)’ 역시 15일 미국에서 개봉, 89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7위로 데뷔했다.
당초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온 영화사로서는 다소 불만스런 성적.
그러나 두 영화는 할리우드 전쟁영화붐의 시작일 뿐이다. 3월 1일 개봉 하는 멜 깁슨 주연의 ‘우리는 군인이었다 (We Were Soldiers)’는 베트남 사지에 고립된 무어 대령과 400명 군인의 전투담이다.
‘블랙호크다운’ ‘하트의 전쟁’ 등 전투에 치중한 영화들과는 달리 멜로나 휴먼드라마를 접목한 전쟁영화도 있다.
‘해리슨 플라워(Harrison’s Flower)’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스위크 사진기자인 해리슨 로이드의 아내 이야기(실화)로 실종된 남편을 찾으러 혈혈단신 길을 나서는 아내 역으로 앤디 맥도웰이 출연했다. 오우삼의 새로운 영화적 변신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6월14일 개봉할 ‘윈드 토커스 (WindTalkers)’는 2차 대전 중 군사작전 암호로 쓰인 나바호 족(미 남부 원주민)의 남자를 감시하는 미 해군 장교와원주민의 우정을 그렸고,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다.
7월19일에는 조아킨 피닉스, 에드 해리스 주연의 ‘버팔로 솔져스(BuffaloSoldiers)’가 기다리고 있다.
로버트 오코너의 소설이 원작으로 1989년 통독 당시 미군 병사와 독일 병사의 밀거래를 다룬 영화로 두 병사의 인간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할리우드 영화의 기획, 제작 기간이 보통 2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전쟁 영화 붐은 부시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 집권 말기부터 할리우드는 ‘우경화’의 길을 독자적으로 걸어 온 셈이다. ‘아마게돈’ ‘고질라’ 등 SF형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가고, 회고적인 전쟁액션영화가 그 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사실 지난해 개봉한 ‘진주만’부터.
대부분의 전쟁영화는 ‘반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 할리우드 전쟁영화는 대부분 ‘미국식 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기발한 발상의 새로운 영화들이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미국식 이데올로기에 호소하는 영화들이 수입면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화 제작비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시대물과 전쟁영화가 기획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보수화’경향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인 듯하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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