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세상에 둘도 없는 악의 두목’이라고 부르는 등 대미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평양방송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언급을 ‘악담’이라고 일축한 뒤 “공화국(북한)을 힘으로 압살해 세계를 제패하려는 헛된 야망”이라고 쏘아붙였다.북한은 그러나 미국을 자극할 만한 행동은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군은 서부전선 등에서 일절 경계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이 20일 방문하는 도라산역 인근 지역에 게시ㆍ게양된 ‘따르자 김정일 장군’등 선전 입간판과 최고사령관기를 17일 철거하는 ‘배려’도 했다.
북한은 6ㆍ15 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미국의 압력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평양방송은 “남북공동선언을 짓밟는 것은 민족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국의 힘에 편승해 대결 분위기를 조성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새해맞이 행사와 관련, 부시 대통령의 방한 시기와 겹쳐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측이 연기를 제의하자 이를 수용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이를 기초로 남북ㆍ북미 관계를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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