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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00 / "자식 키우듯…잔디관리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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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00 / "자식 키우듯…잔디관리 이상무"

입력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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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원·인천 담당자 3人 방담-2002월드컵 축구대회의성공에는 여러 전제 조건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기장 상태가 아주 중요합니다. 축구는 잔디위에서 공을 갖고 노는 경기인 만큼 구장의 잔디 컨디션에따라 경기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요.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하나같이 세계적인 선수들이어서 구장의 잔디 컨디션을 세밀하게 챙긴다고 합니다.우리 구장들이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만큼 잔디관리가 힘들지요.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국내 10개 구장은 대부분 외국산잔디를 옮겨 심어 관리 자체가 싶지 않습니다.

-외국산 잔디를 옮겨심을수 밖에 없으니 어떡합니까? 국내산 잔디는 녹색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한데 수입산 잔디, 다시 말해한지형 잔디는 12개월까지 가니까요. 처음에는 잔디가 금방 말라죽는 등 애로사항도 컸지요. 그러나 이제는 노하우가 쌓여 통풍과 햇빛 등에 좋은차광막을 설치하는 등 정성을 쏟은 결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세계 최고의 경기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외국잔디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관리가 가장 힘들지요. 병충해가 많고 생육이 저하돼잔디 밀도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죽고 말지요. 저는 작년에 휴가도 못 가고 일요일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도아찔한 순간이 많았어요.

-우리 나라엔 그만큼 잔디 전문가가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외국산 잔디를 식재할 때는 비가 조금만 오더라도 금방 물이빠지도록 배수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시공사가 없으니…. 인천구장의 경우 인근 농장에 수입잔디를 시험식재해 노하우를 익힌 뒤 경기장에 옮겨 심었어요.

-서울 상암경기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 개장 첫 A매치(국제경기)을 앞두고 잔디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겪었어요. 통풍에 문제가 있었고, 경기장 구조 때문에 잔디위에 그늘이 생기는 바람에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기일주일전부터 전 직원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잔디 살리기’에 매달렸습니다. 나중에 경기를 치렀던 크로아타아 선수단은 물론 우리측 히딩크 감독이“잔디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고 하길래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사실 외국산인 한지형 잔디가 국내에 도입된 지 불과 3년여밖에 되지 않아 자료와 정보가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수원 경기장 잔디관리를 맡은 1998년부터 잔디깎기와 비료 살포 등 체험을 통해 얻을 지식을 관리계획서에 담아 관리하고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잔디관리엔 ‘어린아이를 키우듯’ 세심한 관리와 정성이 뒷받침돼야 하더라구요.

-맞습니다. 잔디관리는무엇보다 열정과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지요. 이제는 우리도 웬만큼 노하우가 축적돼 구장 관리에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오히려 관련 당국과 시민들의 무신경이 가장 큰 문제지요. 잔디는 손바닥 크기 만큼 훼손되더라도 원상회복에 무려 열흘 이상이 걸립니다. 그런데도 월드컵 경기장내에서 대규모이벤트가 끊이지 않아 잔디를 관리하는 담당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외국의 명문구장에서는 게임도 1년에 20게임 이상 치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적의잔디상태를 유지해 게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지요.

-서울 상암경기장에서는 오는 5월31일 월드컵개막행사가 열립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잔디보호에 만전을기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작년에도 관련 당국에 경기외 행사의 축소나 자제를 부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사전통보도 없이 갑자기무슨 스케줄이 잡히면 잔디 손상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마치 자식이 큰 상처를 입는’ 듯한 아픔을 느낍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기장을 방문한 시민이 그라운드에서 사진촬영을 하면서 잔디를 손상시키는 것을 보는 순간입니다. 현재 상태에서 관련 당국과 시민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월드컵 수준에 맞는 멋진 경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 등 대부분경기장에는 잔디 관리원이 3~4명 수준입니다. 축구장 한면의 잔디를 깎는데 보통 4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인원으로는경기 한달전부터 5시에출근, 경기후에는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해야 합니다.

-경기장 한 곳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연간 1억~1억3,000만원 정도입니다.충분하지는 않지만 서울 월드컵의 성공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박원규(34세) 서울상암경기장 그라운드 관리담담 삼성에버랜드 주임.

●유종덕(44세) 수원 월드컵경기장 현장소장 삼성에버래드 과장.

●유종학(39세) 인천 문학경기장 조경담당(주)삼우조경 부장.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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