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함께 하는 시간은 모두 7차례 일정에 4시간 35분이다.오전 9시10분 청와대 대정원 뜰에서 열리는 공식환영식 10분을 시작으로 단독 정상회담 40분, 확대 정상회담 45분, 공동 기자회견 30분, 오후의 도라산역 행사 40분, 청와대 리셉션 20분, 만찬1시간30분 등이다.
김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 모두 회담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 스타일이어서 실제 함께 하는 시간은 5시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5시간의 동석(同席)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방정식을 정리하는 중요한 해법이 될 것이다.
양국은 그 중요성을 서로잘 알기 때문에 정상회담 외에 두 정상이 인간적 교분을 두텁게 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도라산역 방문과 회담 성격의 만찬을 마련했다.
만찬은 양국 수행원, 외교사절, 각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의전적 행사가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전적인 행사는 리셉션으로 대체하고, 만찬은 양국 대통령 내외와 소수 핵심인사들만 참석, ‘못다한 얘기’를나누는 사실상의 회담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할 얘기, 들을 얘기가 많은 것이다.
도라산역 방문은 남북 및 북미관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미국측도 도라산역이 분단의 아픈 현장이자, 대화와 화합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의 실무협의가 시작되면서 어디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도라산역 방문에 양국의 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일본과는 현안이 없기 때문에 형식을 중시, 국회 연설을 택했고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당이나 정부 건물보다는 대학에서 연설을 하기로 하는 등 연설장소 선정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도라산역은 대북 대화를 촉구하고경의선 복원으로 상징되는 남북화해를 지지하는 극적인 메시지의 현장이 되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섬세한 기획으로 마련된 양국 정상의 7차례, 5시간에 걸친 동석이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주목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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