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은 19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매각대금(마이크론 주식) 산정 기준일을 앞당겨 결과적으로 값을 올려 받는방안을 역(逆) 제안키로 했다.마이크론이 이미 40억 달러를 ‘상한가격(Headline Price)’으로 통보한 상태에서 채권단이 추가 가격조정에 나선 것은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돼 결과가 주목된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는 이날 박종섭(朴宗燮) 하이닉스 사장과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회의를 갖고 마이크론과의 협상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마이크론과 협상을 계속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뒤 이 달 안으로 채권 금융기관 의견을 수렴한 수정협상안을 마련, 마이크론측에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이 마련 중인 수정협상안에는 메모리 매각대금으로 받는 주식의 산정기준일을 지난 해 12월 3일 제휴협상 발표일로 앞당기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의 협상초안에 따르면 매각대금용 주식가격은 양해각서(MOU)체결일 직전 5일(영업일)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며 최저 가격은 35달러다.
하지만 채권단은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제휴협상 내용을 공동발표한 뒤합병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이크론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MOU체결 시점을 가격산정 기준일로 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마이크론 주식은 협상발표일인 지난 해 12월 3일 주당 28.56달러를 기록한 뒤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 18일 현재 36.95달러로 10달러가까이 오른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협상의 프리미엄으로 고평가된 주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매각대금 40억 달러는 추가협상의 여지가 사실상없기 때문에 기준일을 앞당기는 우회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마이크론의 추가 손실보전 요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역제안을 할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인수대금의 50%를 에스크로계좌(입출금을 제한하는 특수계좌)에 1년간 입금, 추가손실 발생시 이 계좌에 있는 주식만큼을 되찾아가겠다는 조건을제시했다.
본 계약 체결 뒤 1년 동안 발생하게 될 우발채무에 대해 최고 20억 달러까지 채권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다.
채권단은 이 같은 제안의부당성을 지적, 에스크로 계좌 입금분을 매각대금의 10%로 축소해줄 것을 마이크론에 요구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이밖에도 ▦매각대금용 주식의 보호예수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신설 메모리법인(가칭 ‘마이크론코리아’)의 11억달러(연리 4%) 대출요구는 금리를 조정하며 ▦4억 달러어치의 후순위채(만기 30년ㆍ연리 2%) 매입요구는 원칙적으로 수용거부의사를 밝히되 주식전환이 가능한해외전환사채(CN)라는 점을 감안, 만기와 금리조건 등에 대한 협상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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