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젊은이들의 설렘과 쓸쓸함이 날카롭게 교차하는 2월이다. 이맘때면 앳된 젊은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캠퍼스에 첫발을 들여 놓는다.또 대학을 가지 않은 젊은이는 첫 직장에서 진지한 자세로 자신의 생애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2000년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의 68%가 대학을 갔고, 32%가 진학을 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버튼 브레일러라는 미국인이 조사해보니 인명록(Who’s Who)에 수록된 사람의 88%는 대졸자였다고 한다.
인명록에 오른 인물을 출세한 사람이라고 가정할 때, 출세 가능성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양하의 수필 ‘내가 만일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을 읽으면 젊음과 낭만이 되돌아 오는 듯 설렌다.
그는 먼저
고 다짐하고 있다. 건강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조건이었으니, 그는 5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떴다.
다음으로 그는 감각을 깨우고 정서를 기르는 데 힘쓰겠다는 것, 좋은 우인과 아름다운 우정을 맺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깨끗하고 아름답고 열렬한 사랑을 하겠다는 것 등을 열거한다.
마지막 문장은 젊은 패기가 넘친다.
캘빈 키니라는 미국인이 쓴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라는 산문은 반대의 경우를 들려 준다. 그는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이 겪는 불이익의 실상과 허상을 균형감 있게 짚고 있다.
16세 때부터 연장자들 속에서 기술을 익혀야 했던 그는, 안온하고 냉정한 분위기에서 넓은 교양과 높은 이상을 가진 이들과 교제하고 우정을 맺을 기회를 놓친 것을 먼저 아쉬워한다.
그는 또 조직적이고 질서 있는 사고 훈련의 때를 놓친 것, 공부하고 반성하고 때로는 소요하며 공상도 해야 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 등을 유감스러워 한다.
그러나 전문직과 부(富)를 갖춘 사업가인 그는 두 대학에서 강의도 해왔는데 하나는 아주 유명한 학교였고, 또 어느 큰 대학교의 학장으로 와 달라는 교섭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대학에 못 간 사실을 언제나 유감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졸업증명서가 출세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불평하는 대졸자를 보면 참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드는 대졸자를 보면 더욱 참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한 달 전에 좌절된 학력란 폐지 시도를 떠올려 본다. 한완상 교육 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학벌 타파를위해 입사서류에 학력란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엄청난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그 사건 후 한 부총리는 경질되었다. 그러나 학벌타파 운동에는 당당한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는 능력을 따지기 전에, 대학졸업 여부는 물론 명문대 출신 여부를 보고 합격을 결정하는 인사 폐습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력서에 출신지와 초등ㆍ중ㆍ고등ㆍ대학교 학력을 시시콜콜 적어 넣어 파벌ㆍ학벌 사회를 조장하고 있고, 그 학벌에 끼어들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최근의 한 인터넷 조사 결과는 매우 시사적이고 흥미롭다. 기업 인사담당자와 구직자 5,394명을 조사한 결과 63.7%가 입사원서의 학력란을 없애야 한다고 답했고, 유지해야 한다는 답은 26.9%에 그쳤다.
특히 인사담당자의 72.1%가 학력란폐지를 원한 반면 20.0%만이 존속을 주장, 학력과 현장 업무능력은 상관관계가 적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캘빈 키니의 말처럼 고등 교육이란 그것을 지니고 살 일이지, 거기에 의존해 살 일은 아닌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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