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의 외무성 이구라(飯倉)공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예상 대로 이견 조정보다는 상호 격려로 시종했다. 1시간 45분에 달하는 긴 회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서로 경쟁하듯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하는 데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할애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언제나 지지를 구할 뿐아니라 조언을 청할수 있는 친구”라고 추켜세운뒤 “하지만 나는 조언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지지를 표명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 경제에 대한 주문은 기껏해야 “세계 제2 경제 대국의 성장은 세계 경제에도 중요하다”는 정도에 그쳤다.
이런 자세는 회담에 앞서 메이지(明治) 신궁에 참배하고 경내에서 전통 기마 궁술경기인야부사메(流鏑馬)를 감상한 데서도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는 오전 9시 16분께 마중나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지사 등과환담한 후 신사 외배전(外拜殿)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표경(表敬)’ 참배를 하고 참배록에 서명했다.
이어 경내 승마장으로 자리를 옮겨 기다리고있던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말을 달리며 활을 쏘아 표적을 맞추는 야부사메를 관람했다. 야부사메는 무사들의 무예 수련에서 비롯한 전통 놀이로 화살은 날아 가면서 소리를 내는 ‘가부라야’(鏑矢), 즉 효시(嚆矢)를 쓴다.
정상회담 모두에선 전쟁의 분위기가 묻어나오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이 일본 전통 무사복 차림으로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선물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악과 싸우고 있다”고 그림의 뜻을 풀이하며, 테러전에 대한 ‘전의’를 내비쳤다.
이날 저녁 공식 리셉션이 끝난후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전통 선술집인 이자카야(居酒屋)로 자리를 옮겨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이에 앞서 17일 도쿄에서는 반미ㆍ반전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시부야의 공원에서 열린 시민단체주최의 항의 집회에는 400 여명이 참석, “전쟁 협력을 모색하려는 일본 방문을 반대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도 교토(京都)의정서 비준, 주일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주장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으며 우익단체까지 반미시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중심가인 유락초(有樂町)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검은상복을 입은 여성 30 여명이 “부시는 전쟁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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