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고, 선진국 입장에서 협상중이라고 밝혔다.재정경제부의 WTO 협상 담당 부서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의제에서 선진국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업의 비교역적 조건을 강조하는 국가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 선진국임을 감안, 이들과 공동 보조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산물에 대한 관세율 감축폭은 커지고, 이행 기간은 짧아지는 등 농업 부문에서 대폭적인 양보를 해야 한다.
특히 개도국 지위 유지를 전제로 한 2004년 쌀 개방 협상에서의 전략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가 실(失)보다는 득(得)이 크다고 판단한다.
농업 부문에서의 양보를 바탕으로 서비스와 투자 부문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쌀의 수요 감소로 증산 정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민들의 반발은 불을보듯 뻔하다.
쌀이 갖는 상징성과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은 개도국 지위 포기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때문에 정부는이 자료가 중간 협상 결과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며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실상은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개방은 불가피한 세계적 추세다. 우리만 문을 걸어 잠그고 지낼 수는 없다. 그 폭과 속도가 문제일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 시장 개방을 막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시 한번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쌀 등 농산물이 경제적 계산 차원에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수출 의존도 높은 현실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결하려해선 안 된다.
우리 내부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다른 분야 협상에 까지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와 내부 의견 조율 및 수렴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가 다시 한번 정식으로 공론화해 국가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그래야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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