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뜰살뜰] 명절 후 냉장고 청소… 만찬은 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알뜰살뜰] 명절 후 냉장고 청소… 만찬은 덤

입력
2002.02.19 00:00
0 0

지난 설 이후 여닫을 때마다 비좁기 그지없는 냉장고. 대책없이 바라보기만 하다 오늘은 드디어 큰 맘 먹고 대청소에 나섰다.도대체 뭐가 이렇게 가득 차 있나싶어 하나하나 꺼내 보았다. 떡국을 끓이고 남은 가래떡 몇 가락과 만두피 한 봉지, 고사리 불려 둔 것 한 주먹과 고명으로 쓰고 남은 황백 계란지단, 그리고 쇠고기 한 덩어리가 비닐 랩을 쓴 채 냉장칸에 들어차 있고 야채 박스 안에도 시금치 반 단 남은 것에 반쪽짜리 당근, 양파 같은 야채들이 문이 잘 닫기지 않을 정도로 꽉 들어차 있었다.

모두 다 꺼내 놓고 보니 냉장고가 다 훤하다. 혹시나 부족할까 싶어 좀 넉넉히 사서 준비했던 재료들이 명절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후회를 하게 만든다. 그냥 적당히 맞추어서 살 걸….

다시 냉동실에 넣어두자니 또 언제쓸지 아득하고, 그렇다고 냉장실로 다시 넣으려니 냉장실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선도가 떨어져 상해서 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싶어 오늘 저녁에는 그 재료들을 이용해 상을 차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래떡은 적당한 길이로 등분한 뒤납작하게 썰어 끓는 물에 데쳐 참기름과 소금으로 버무렸다.

당근과 오이, 양파는 채를 썰어 각각 볶고 냉장고에서 나온 계란 지단 채와 고사리 볶은것을 함께 섞어 깨소금과 참기름을 더 넣고 버무려 떡잡채를 만들었다.

간을 보기 위해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어보니 호로록거리며 따라 들어오는 얇게 썬 떡의 부드러운 질감이 아주 그만이다.

떡잡채를 만들고도 볶은 야채들이 남았다. 이것들은 모두 섞어서 춘권을 만들기로 했다. 냉동실에 있던 춘권피를 꺼내 섞어둔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속이 빠지지 않게 밀가루 풀을 만들어 붙였다.

식탁에 앉아 몇 개를 만들어 싸고 있자니 막내 아이가 다가와 자기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아마도 돌돌 말고 싸고 하는 것을 보니 장난감을 만드는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졌나 보다.

남은 만두피를 이용해 아이와 함께 작은 춘권도 여러 개 만들어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냈다. 막 튀겨낸 춘권하나를 어렵사리 젓가락으로 집고서 호호 불어가며 바사삭 부수어가며 먹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난다.

식탁 위에 만든 음식을 올리고 잘익은 김장 김치 한 포기를 소담하게 썰어 담은 뒤 남은 시금치로 된장국을 끓여 간을 맞추고 있는데 띵동~ 현관으로 남편이 들어선다.

신발을 벗고집으로 들어서는 남편이 하는 말,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응, 오늘? 날은 무슨 날, 냉장고 청소한 날이지.

정미경ㆍ여성포털 ‘여자와닷컴’칼럼니스트

chrn619@hanmail.ne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