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쓰레기 게이트’라며 일축했던 인도 출신 철강사업가 락스미 미탈과의 정경유착 의혹이 야당인 보수당의 연이은 공세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미탈이 소유주로 있는 LNM사의 루마니아 제철소 인수 과정에서 블레어 총리의 ‘파격적 지원’ 을 문제 삼았던 보수당은 16일 LNM사가 지난해 유럽재건개발은행(EBRD)으로부터 1억 달러를 대출 받는데 국제개발부가 EBRD 영국 대표부에 ‘협조’ 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클레어 쇼트 국제개발부장은 이 같은 공세에 대해 “모욕적인 일” 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고, EBRD 측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진 대출”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당은 이 자금이 블레어가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던 LNM사의 루마니아 국영제철소 인수자금으로 사용됐으며, 양측 관계는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보수당이 의혹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미탈이 지난해 6월 총선 당시 블레어의 노동당에 17만6,000 달러를 기부한 직후인 다음 달 23일 블레어 총리가 LNM사의 인수협상에 협조를 구하는 취지의 서한을 불가리아 정부에 직접 보낸 데 집중돼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리아 주재 영국 대사관과 조너던 파월 총리 비서실장이 연루돼 있다는 게 보수당의 시각이지만, 민간 회사의 이권에 총리가 서한까지 써주며 나섰다는 것은 정치공세와 관계없이 극히예외적인 일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영국 외무부가 작성한 서한 초안에 블레어와 미탈의 관계를 ‘친구’로 표현했다 총리 비서실에서 이 단어를 삭제했다는점, LNM사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더치안틸레스에 등록된 외국기업으로 영국 내 고용 기여도는 전체 인력의 1 %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0 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과거 영국 국영 제철이었던 코러스사 본사가 있는웨일스의 국민당은 블레어 총리가 코러스사의 최대 경쟁사인 LNM사를 왜 도왔는지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블레어 총리는 “정치자금과 인수계약과의 관련성은 물론 미탈의 거액 헌금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사실” 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최소한 노동당의 정치헌금 모금을 책임지고 있는 파월 실장 등 고위 측근에 대한 연루 의혹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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