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70, 80년대처럼 더 이상 우리를 외부에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내부에서 (폭력적 언어를 통해) 계속 생산되고 우리를 규율하고 있다.”문학평론가 조형준(38)씨가 금주 출간되는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서 최근의 유행어에 나타난 언어폭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씨는 ‘필이 꽂힌 주체와 두사부일체의 사회’라는 글에서 시중의 유행어를 분석하면서, 우리시대 폭력이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유통되는지를 살폈다.
‘폭력과 문학’을 주제로 한 이 계간지 특집에는 문학평론가 오생근 우찬제씨 등의 글이 함께 실렸다.
“ ‘필이 꽂힌다’는 폭력적인 표현에서는 외부의 대상이 주체와 매개되는 반성과 성찰은 끼어들여지가 없다. 우리의 뇌리에 꽂히는 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어떤 종류의 것인지가 알려지지 않고 그저 미지의 것,익명의 것으로 남아 있다”고 조씨는 말한다.
그는 ‘죽인다’ ‘골때린다’ 같은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익명의 감각적 현실에 제멋대로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주체성이 결여된 이 같은 언어는 필연적으로 ‘왜좋냐’ 또는 ‘왜싫냐’ 같은 ‘왜’라는 질문에 “어찌 그것을 말로 설명하냐” “썰렁하다”는 식의 모호한 대답을 끌어낸다.
“필이 꽂히기 때문에, 죽이기 때문에, 골 때리기 때문에 왜 싫고 좋은가에 대한본인의 주체적 평가는 도저히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조씨는 묻는다.
“오늘은 내가 쏜다” 같은 표현에 이르면 주체의 상실은 극단화한다. ‘쏜다’는 유행어는 ‘한턱 낸다’와 같은 표현이지만 전투적이고 폭력적이다.
한턱 낸다는 말은 받는 사람을 염두에둔 표현이지만, 쏜다는 말은 “경쟁과 폭주의 언어”라고 조씨는 지적한다. 이 말은 종종 ‘먹고 죽자’는 형태로 변형되기까지 한다는것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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