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2월19일 노르웨이의 소설가 크누트 함순이 93세로 작고했다.함순은 극작가 헨리크 입센과 함께 노르웨이어로 글을 쓴 작가 가운데 노르웨이 바깥에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일 것이다.
극빈 속에서 자라나 행상인, 구둣방 견습공 등 궂은 직업을 전전한 그는 31살에 발표한 소설 ‘굶주림’을 통해 유럽의 일급 작가로 떠올랐다.
가난한 문학 청년의 희망없는 삶을 사소설적 형식에 담은 이 작품은 입센, 비에른손, 리,켈란 등의 작가들이 구축해 놓은 19세기 노르웨이 문학의 사실주의를 강한 낭만주의 정신으로 전복시키며 노르웨이 문학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소설속의 주인공이 오슬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마침내 고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가듯, 함순 역시 곤궁에 떠밀려 두 차례나 미국으로 이주한 적이 있다.
함순은 미국에서의 삶에서 재미를 못 보았고, 거의 일생을 반-앵글로색슨 감정속에서 살았다. 제2차세계 대전 때 그가 히틀러에게 동조한 것도 타고난 낭만주의 기질과 미국 체험이 버무려 만들어낸 반미 감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전범으로 기소되어 옥살이를 하기도 했으나,이내 석방돼 만년을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라는 영예 속에서 보냈다. 함순은 192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북유럽 문학 일반과 명확히 구분되는 독자적 노르웨이 문학은 1814년 노르웨이가 덴마크에서 분리된 이후에 시작됐다.
흔히 노르웨이어라고 불리는 언어는 두 개의 공용 언어를 아우르는 말이다. 뉘노르스크 또는 란스몰이라고 불리는 언어는 고대 노르웨이어에 기원을 두었고, 리크스몰 또는 보크몰이라고 불리는 언어는 덴마크어에 매우 가깝다.
둘의 차이는 크지 않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입센이나 함순 같은 작가들이 사용한 언어는 리크스몰이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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