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악의 축 불행한 결합" WP,"日경제개혁 비공식 압력을" NYT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3개국 순방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그의 국제적 지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사설에서 미 정부가 북한을 ‘악의축’으로 지목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햇볕 정책에 지지를 표명한 것을 “양립할 수 없는성향의 불행한 결합”이라고 지적하고 부시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 발언으로 타격을 받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 방송도 17일 부시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무기 개발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경고할 것이라고 보도, 대북 문제에 관한 한미간 의견 조율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뉴욕 타임스는 일본 방문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국정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부의 경제 개혁을 고무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는 아프간 전쟁에서의 일본의 역할에 대한 감사 표명에 초점을 맞춘 뒤 고이즈미 총리와의 비공식 만남에서 보다 강도높은 경제 개혁을 단행하도록 압력을 넣는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중국 방문은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질 것으로 언론들은 예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중국방문에서 가장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국 정부가 대 테러 전쟁 등 협력을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 베이징(北京) 사무소 개설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언론들은 비록 단독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뒤를 이를 것이 확실시되는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가 상견례를 갖게 된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언론들은 그러나 인권과 종교 자유, 미사일 방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등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여전히 이견의 골이 깊어 예상치 못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일간 밍바오(明報)는 “부시정부는 중국 방문을 실무적인 행사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현재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빌 클린턴 정부와는 거리가 있는 만큼 중국측이 정상회담에 큰 기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머리 싸맨 일본
미국 대통령으로 3년 여만의 공식방문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일을 맞아 일본 정부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8일 오전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메이지(明治)신궁 방문과 관련, 참배 동행을 하지 않고 신궁 경내에서 열리는 기마(騎馬)활쏘기 시범인 ‘야부사메(流鏑馬)’를 함깨 참관키로 했다.
일본 외무성은 당초 두 정상의 신궁 참배를 추진했으나,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정부 내에서도 제기되자 급거 일정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 같은 혼선에 대해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난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당시 ‘공식참배는위헌이나 개인 참배는 합헌’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던 고이즈미 내각이 자승자박에 빠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도 15일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미 대통령과 같이 신사를 참배하면 공식행사로 간주되는 것 같다”면서“솔직히나 자신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NHK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에 대한 행동에 앞서 일본측과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당국의 머리를 싸매게 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지난해10월 제정한 테러 특별조치법은 대미 지원의 범위를 9ㆍ11 테러 관련으로 국한시키고 있어 이라크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을 추진해야 할 형편”이라면서 “게다가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기도 어려워 정부가 대응에 부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이 같은 회견에서 “일본은 경제구조의 재구축과 은행 불량채권처리를 추진해야만 한다”고 주문을 단 것도 일본측으로서는 고민거리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입국하는 하네다(羽田)공항은 폭발물 설치를 막기 위해 여객터미널에 있는 휴지통이 모두 치워졌다. 일본 정부는 주변경계를 위해 경찰 1만8,000명을 동원했다.
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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