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하기로 소문난 펀드매니저도 때로는 사사로운 미신과 신념에 의지할 때가 있다.매일 매일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 실적이 판가름 나는 고약한 직업 특성 때문에 이들도 가끔씩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심정이다.
J투신의 모 매니저는 성적이 월등한 날이면 그날부터 일절 면도를 하지 않는다. 애써 벌어놓은 수익까지 깎여나갈 것 같은 불안감때문이다. 저점을 잡은 날이면 그날 장부를 기록했던 볼펜만 몇주일씩 고집하기도 한다. 홈런을 때린 날 신었던 양말을 굳이 다음 경기에 신고 나가야안심이 되는 야구선수와 마찬가지다.
K투신의 모 매니저는 주가가 아무리 좋아보여도 투기산업이 사업목적인 종목은 안 건드리는 게 철칙이다. 매니저가 사회정의를구현하는 직업도 아니면서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 지 몰라도 그게 그렇지 않다. 수익을 본 들 영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기업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CEO에 대해 좋지않은 소문이 나도는 종목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매니저들도 많다. 언젠가는 크게한번 배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과 운수를 배격하는 펀드공학 시대에도 저마다 금기사항이 있는 것을 보면,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피말리는 직업인지실감나게 한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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