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금 배분을 둘러싸고 항간에 나돌던 벤처기업과 기금 관리회사, 정부부처간 ‘검은 뇌물 3각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기금 지원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개입, 정ㆍ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또 다른 ‘벤처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스마트디스플레이와 넥스턴 등 벤처업체들은 한강구조조정기금으로부터 3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한강기금의 투자자문회사 간부에게 억대의 뇌물을 건넸고 기금측은 액면가의 50~100배의 ‘황당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했다.
기금 운용사인 Z사는 개인비리일 뿐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외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주당 매입가격이나 투자규모로 볼 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따라서 투자자문사의 실무자 차원이 아닌 기금 이사회나 관계부처, 정치권 등을 통한 조직적인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벤처업체들은 자금유치를 위해 정부부처에도 조직적인 로비의 손길을 뻗쳤다. 업체들은 정부가 추진중이던 연구사업을 수주하고 각종 동향정보 및 특허 관련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평소 친분관계를 맺어온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특허청의 실무 담당자에게 수백주씩의 주식을 넘겼다.
특히 정보통신부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 김규현(38)씨가 8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원 경제단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커지고 있다.
김씨가 받은 주식과 현금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기금을 지원해 준 벤처기업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단독 범행일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또 김씨가 정보통신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정치권 인사도 일부 연루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김씨는 지난달 2일 검찰수사를 받던 중 공용여권을 가지고 미국으로 도피,국정원의 도피 지원·방조 의혹도 일고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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