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위해 기업들로부터 166억원의 불법모금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세풍(稅風)의 주역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이 체포됐다.미국 미시간주의 한 소도시 은신처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수사관에 의해서라고 한다. 현재 이씨 신병은 FBI가 확보하고 있지만 한미간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우리측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한다.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시점에 이씨의 전격 체포 소식은 앞으로 선거정국에 큰 변수가 되리라는 점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 동안 미국측이 이씨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씨를 붙잡은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으로 미국은 우리 선거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꼴이 돼 씁쓸하다.
어쨌든 징세권이 선거자금 불법모금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관 주도의 불법선거자금 모금이라는 구시대적 관행의 청산은 물론, 정도세정(正道稅政)의 전통을 확립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이 전 차장 단독범행이라 강변해 왔던 한나라당도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함은 재론이 필요치않다.
하지만 이 사건이 현재 각종‘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여권의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부터 여권이 이 사건을 국면반전의 호재로 반색하는 데서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사 주체인 검찰이 정신 바짝 차려야할 이유다. 대통령의 처조카까지 구속된 권력비리의 추악함을 이 사건으로 덮으려 한다고 과연 덮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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