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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성지순례 반미 시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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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성지순례 반미 시위 비상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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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종교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며 라마단(금식월)과 더불어 이슬람 최고 의식중 하나인 ‘메카 성지 순례(하지)’가 20일(이슬람력 12월8일)부터 시작된다.세계 100여 개국에서 200만 명 이상의 신도들이 참가하는 하지 행사는 해마다 사건ㆍ사고가 빈발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긴장이 더 하다.

9ㆍ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처음 이슬람 신앙인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데다 중동분쟁 격화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반미 정서가 한껏 고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킹 압둘 아지즈 공항 당국은 17일 항공편으로 하지에 참가하는 순례자들이 입국 마감 시한(16일 자정)까지 모두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해로와 육로로 들어오는 국외 순례자들은 최대 30만명에 이르고 사우디 국내에서만 50만 명 이상이 메카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러에 대한 우려와 경기 위축으로 파키스탄ㆍ인도, 북미,유럽 지역 참가자가 평년에 비해 적지만 전체 규모는 예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사우디 정부도 안전확보를 위해 유례없이 철저한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이미 수 차례 “정치 시위 엄단”을 선언했으며 메카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은 물론 주변 성지인 미나 평원과 아라파트산 등지의 안전을 위해 2만 명의 기존 경찰력에다 6만 명의 보안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공항에서는 여권 위조범이나 테러범을 가려내기 위해 안구 인식 디지털 스캐너로 순례자들을 무작위 검색했으며 입국대에서는 지문 검사로 신원을 재확인했다.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급기야 메카 하람 대사원의 최고 종교 지도자까지 나서 “엄숙과 평온 속에서하지의 의식을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서는 1987년 이란인 순례자들이 중심이 된 반미ㆍ반이스라엘 시위대와 사우디 보안군의 충돌로 400여 명이 숨진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사 사우디 당국이 치안 확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200만 하지 순례자들의 동향은 아프간 사태 이후 아랍권의 대미 정서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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