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슈 인사이드 / '한강기금'비리로 본 문제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슈 인사이드 / '한강기금'비리로 본 문제점

입력
2002.02.18 00:00
0 0

'기업구조조정기금도 눈 먼 돈이었다(?)' 검찰이 17일 발표한 한강구조조정기금 관련 비리 사건은 허술한 운영체계, 감독 부재 등 4대 구조조정기금의 구조적 병폐를 부분적으로 확인시켜 준것이다.▼구조조정 기금의 태생적 한계

1997년 외환위기직후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기업구조조정 기금제도는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제는 4대 기금의 운용을 국내사정에 어두운 외국사에게 맡겼고, 이들은 자연히 국내 투자자문사에 의존하면서 비리가 빈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4대기금의 주주인 한 은행 관계자는 “투자 종목의 30% 이상이 비등록ㆍ비상장 기업인 탓에 국내 실정에 어두운 외국 운용사는 투자자문사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투자자문사 직원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모 구조조정기금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 직원들이야 국제적 명성을 먼저 고려하겠지만 자문사직원들은 비리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치는 브로커, 형식적인 이사회

한강기금 직원 신분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적발된 이모씨에 대해 한강기금측은 “직원이 아니라 브로커 역할을 한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금 별 운용 인력이5~7명에 불과한 현실 탓에 업체와 기금을 연결시켜주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음을 시인하는 셈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브로커가 난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금측이 사례비를 주지는 않는다. 투자 결정만 공정했다면 기금 운용에는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기금 운용에 대한 견제 장치인 이사회 역시 ‘거수기’ 에 불과했다. 기금 이사회 멤버인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사회는 지극히 형식적이기 때문에 기금운용 실태에 대해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이사회의 견제 역할은 서울기금과 아리랑기금의 운용사를 각각 한 번씩 교체한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감독의 부재

감독 및 검사권을 쥐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4대 기금 설립 이후 3년여동안 단 한차례의 검사도 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에야 비로소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적발 사례도서울기금이 ㈜서울경금속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건이 유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금이 투자가 금지된 유통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했는지 여부만 검사할 뿐 투자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사 대상이 외국 운용사라는 점도 감독의 근본적인 한계였다. 검사 담당 직원은 “의사 소통도 안 될 뿐더러 자료를 한 번 요청하면 외국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 부실 우려

지금까지 4대 기금의운용 실적만을 놓고 보면 “꽤 성공한 기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배당을 포함한 연평균 수익률이 사무수탁사인 에이브레인 자료에 따를 경우1월말 현재 4.1~7.7%에 달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검찰은 “기금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며 “2조원 가량의 기금 자산 중 절반가량은 향후 부실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금의투자가 대부분 증시가 활황이던 1999년에 이뤄졌고 지난해 이후에는 신규 투자실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검찰 수사결과 한강기금은 스마트디스플레이에 대해 액면가의 100배, 넥스턴의 경우 50배의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해줬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다소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기금의 투자 현황을 면밀히분석해 부실 채권을 회수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유병률기자

■구조조정기금은

4대 구조조정기금은 외환 위기의 조기 극복을 위해 98년9월 증권투자회사법에 따라산업은행 등 22개 금융기관이 총 1조6,000억원 가량을 출자해 설립됐다. 사업전망은 좋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벤처ㆍ워크아웃ㆍ중소기업등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한강구조조정기금이 99년12월 일반 공모를 거쳐 상장을 함에 따라 4대 기금의 총 자본금은 2조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뮤추얼 펀드인 기금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로 운용사(스커더, SSBT, 슈로더), 사무수탁사(에이브레인), 보관사(산업은행) 등으로 역할이분담돼 있다. 투자 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운용사는 별도의 투자자문사를 둘 수 있으며, 대주주인 금융기관의 임원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정관 및 운용지침 등을 심의한다. 1월말 현재 4대 기금이 투자한 회사는 총 146개사(중복투자 제외시 137개사)로 배당을 제외한 현재 순자산가액은1조9,428억원에 달하며 2004년 이후 청산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