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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韓.中.日 언론과 회견 일문일답 / "北 변화때까지 최악상황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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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韓.中.日 언론과 회견 일문일답 / "北 변화때까지 최악상황 염두"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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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동북아 순방에 앞서 15일 백악관에서 KBS등 한ㆍ중ㆍ일 언론사들과 회견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군사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거듭 표명하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나의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16일 라디오 연설에서도 “내가 방문할 비무장 지대(DMZ)는 자유와 압제를 가르고있는 곳”이라며 “북한과 다른 정권의 위험을 미국이 허용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혀 서울에서도 대북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조건부 경제 교류 지원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그의 대북관에 불신과 의심이 깔려 있음을 다시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투명한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수 밖에 없다”고 강조, 북한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요지.

_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대중 대통령을 매우 존경하며 북한과 대화하려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김 대통령은 통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북한이 통일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나 또한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기 바란다.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를 놓고 김 대통령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 국가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중단해야 한다.”

_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포함하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자유의 강력한 신봉자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국가, 특히 국민을 가두고 굶주리게 하면서 군사력 증강만을 추구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분명하고 도덕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대화하겠다는 내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 우리는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대화를 제의해 왔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미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하겠다면 (휴전선에 배치된) 재래식 군사력을 후퇴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 많은 군사력을 배치하고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이유는 북한이 무기를 서울로 겨냥하기 때문이다.”

_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정책을 중단한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무역, 상업교류 등에서 모든 혜택을 제공해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을 지원할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만이 아니라 서울을 겨냥해 막대한 화력을 지닌 정권이다. 무기가 누군가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는 불가능하다.

대량살상무기 뿐 아니라 지역의 군사적 긴장해소방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면 인도적 목적에 사용할돈을 군사비로 전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김정일(金正日)이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북한이 더 투명해지고 대량파괴무기 확산을중단할 때까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_악의 축 발언의 진의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전폭 지지하지만 나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대량살상무기가 있는 나라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_햇볕정책과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있다고 보는가.

“물론 병립할 수 있다. 햇볕정책의 핵심은 가족들이 만나는 것이다. 햇볕정책이 시행되면 북한사회가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부시, 본격 거론 파장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 재래식 무기의 후방 배치를 거듭 강조한 것은 향후 북미대화에서 이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는북미간에, 재래식 무기는 남북간에 풀어간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역할분담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문제를 미국이 독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확대 해석될 소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재래식무기에 대한 우리 입장에 미국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독주가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 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은근히 강조,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을 압박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을때 경의선 연결 등 남북 현안을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이 협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섰으나, 북한의 무반응으로 미국을 설득할 명분이 줄었다. 미국이 재래식 무기 부분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협상과정에서 수반될 비용분담 문제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에서 이문제가 논의되더라도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재래식 화력을 후방으로 빼라는 요구를 ‘무장해제’로 간주, 반대급부로 주한미군 철수를요구할 게 뻔하다. 남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는 수도권 방위의 손실을 의미한다.

북한은 현재 휴전선 일대에240㎜ 방사포, 170㎜ 자주포 등으로 무장한 여단급 혼성포 부대와 사거리 300~550㎞의 미사일 부대를 운용 중이다. 지상군의 경우 10여개군단ㆍ 60여개 사ㆍ여단, 해군의 경우 전투함정의 60%, 공군 전투기의 40%를 전방에 배치해 놓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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