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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가스공사 김명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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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가스공사 김명규 사장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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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이 본업" 실적으로 낙하산 우려 씻어한국가스공사 김명규(金明圭ㆍ60) 사장과 친분이 있는 정부의 한 인사는 그를 ‘지독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태신앙인으로 원칙과 도리 외에 ‘곁길’을모르고 술ㆍ담배 조차 안 하는 사람이라는 귀띔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랜 지우(知友)로 지낼 수 있었냐는 말에 그는“만나보면 안다”고 했다.

“공기업에 낙하산 타고 내려와 사장입네하며 거드름 피우다 떠나던 일은 옛날 시절 얘깁니다.” 김 사장은 만나자마자 ‘속보론’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공기업의 무거운 덩치로 민간기업과 경쟁하려면 그들보다 한 걸음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낙하산’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취임 초기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넘겨짚어 보았다. 14ㆍ15대 여당 국회의원을 지낸 터여서 취임 직전 노조의 반발을 샀던 일이 생각나서다. 하지만 그는 “이제야 본업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을 마친 뒤 중소 무역회사와 제조업체에서 일을 배운 김 사장은 1980년 부산에서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명보기업㈜을 인수,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인천 인현동에서는 ㈜명보유통을 만들어 대기업 의류(SS패션) 판매사업도 했다.

97년 의정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사업을 정리할 때까지 전국 700여 특약점 가운데 매출3~10위권을 늘 유지했고, 대기업 연수원의 성공경영 강사로 초빙될 정도의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경영인으로서의 진가는 신혼 초 ‘주말 셔터맨’ 시절에 이미 돋보였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샐러리맨 시절인 73년 부인이 개업한 약국(인천 피보약국) 경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말마다 약국 전화번호를 새긴 아크릴 홍보물을 들고 인천은 물론 경기 일원의 다방 테이블과 입구 등에 붙이고 다녔고 극장에서 CF필름가지 상영했습니다.” 홍보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뜬 것이다. 피부병 환자가 찾아오면 차트와 슬라이드까지 동원해 병을 설명하는 ‘고객중심 경영’을 도입했고, 조제약(연고)의용량 표준화로 영업 효율을 높였다.

그는 지금도 피부병에 관한 한 ‘준(準) 박사’ 수준이다. “이래도 제가 경영을 모르는 낙하산입니까.” 김 사장은 스스로 ‘실패를 모르는 경영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가스공사 사장 취임 초 출근 저지를 공언하던 노조 역시 이 같은 김사장의 열정에 기세를 누그러뜨렸다는 후문이다.

취임 후지금까지 외부 약속이 없는 한 사원식당에서 3,000원짜리 식판을 마주하고 직원들과 담소하기를 즐기는 소탈함도 큰 장점이다. 처음에는 정치인의‘쇼’로 치부하던 직원들도 지금은 생각을 바꿨다. 김 사장은 “권위를 벗고 인격적으로 마주하면 마음이 통하지 않을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2002년 계획, 2001년 실행 성과 등이 페이지 마다 깨알같은 글씨로 정리돼 있다. 항목마다 세모, 동그라미, 겹동그라미 등을 표시하며 실행여부를 스스로 평가한다.

기획예산처 평가 공기업만족도 1위,연간 매출 6조9,000억원(올 예상) 순이익 2,000억원의 거대 공기업을 이끄는 김 사장의 저력은 이 같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에서 비롯되는것인지도 모른다.

가스산업 구조개편(민영화)과 해외 석유메이저와의 전략적 제휴 등 쉽지않은 숙제를 풀어 낼 그의 솜씨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력

△전남 광양 출생

△순천 매산고,단국대경영학과 졸업

△㈜명보유통, 명보기업㈜ 대표, 인천YMCA 이사장, 극동방송ㆍ아세아방송운영위원

14ㆍ 15대 국회의원, 미 캘리포니아유니온대 객원교수, 러시아 극동 국립기술대 명예교수

△취미 : 골프(100타 내외)

△가족관계: 정경숙(鄭敬淑ㆍ56)씨와 4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구조조정.해외사업 성과…순익 1년새 2배

한국가스공사의 지난 해 3분기까지의 매출 실적은 5조1,497억원. 전년 동기비 28%가 늘었고, 당기순익은 무려 51%가 늘어난 1,762억원에 달한다. 천연가스를 수입해 공급하는 가스공사의 단순한 사업모델에서 순익이 1년새 2배나 늘어날 수 있을까.

해답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혁신과 해외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김명규 사장은 취임 직후 자회사인 한국가스해운㈜ 등을 매각하고 가스기공과 가스엔지니어링을 통합했다. 전직원 성과급제와 2급 이상 연봉제 처방으로 공기업체질 개선에나서는 한편, 사택ㆍ휴양시설 등 자산 매각에도 박차를 가했다.

가스 인수ㆍ공급ㆍ배관 등 막대한 장치산업 특성상 원가 절감이 경영개선의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라 임직원들의 제안도 독려, 경영에 반영한 결과 2000년에만 1,773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고, 한국능률협회의 ‘2001 한국 아이디어 경영대상’ 공기업부문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해외사업은 가스공사의 종합 에너지기업 장기 플랜과 맞물려 있다. 한 마디로 핵심역량강화와 수익모델 다각화의 두 마리 토끼몰이 전략인 셈. 공사는 해외 가스전 개발과 액화천연가스(LNG)운전, 배관건설 및 운전ㆍ보수 등으로 해외메이저를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첫 결실로 지난 해 9월 카타르 가스전 개발사업에 투자한 218억원에서 투자비용을 초과한 288억원의 첫 배당수익을 올렸다. 가스공사는 현재 베트남 가스공급기지 교육훈련사업을 수주했고, 나이지리아 가스플랜트 운전정비, 미얀마 가스전개발등에도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공모가(3만3,000원)를 밑도는 주가가 고민이지만 증시 상황이 호전되고 올상반기 중에 신주(자본금 15%) 제3자 배정을 통한 석유가스 메이저와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될 경우 정상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김 사장은 장담했다.

다만 올해 말로 예정된 도입ㆍ도매부문 3개사 분할 및 2개 자회사 민영화가 가스공사 경영과 주가에 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변수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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